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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지금 집값이 떨어진다면


아파트값 하락 무주택자 반기지만 급락땐 하우스푸어도 경제도 몰락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때도 집값폭락→경제 파탄으로 이어져

재앙의 근본 원인은 탐욕… 이런 판국에 정부가 나서

'1%대 주택대출' 꺼내다니…


지금 이 순간 집값이 떨어진다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려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까. 한 해 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이 서울 지역에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87만원씩 저축한다고 해도 58년 걸리고 강남 아파트는 무려 89년이나 걸린다는 통계도 있으니 그럴지 모르겠다. 역시 월급쟁이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것이 아파트 가격이다. 2030세대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는 것도 집값 부담 탓이 크다.

반면 아파트 소유자에게는 집값 급락은 큰 고통일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주택대출금을 감당 못해 하루아침에 빈털터리로 내몰릴 '하우스푸어'들에겐 그렇다. 아파트를 살 때 매입 가격의 60~80%가량은 대출로 조달하는 것이 관례여서 우리나라 중산층 상당수가 하우스푸어나 다름없을텐데 상상만으로도 심란한 일이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은 2배, 서울 지역은 2.6배나 뛰었다. 그 사이 '부동산 불패' 신화가 생겼고 너도나도 '집값이 최소한 대출금리 이상으로는 오르겠지…'라는 심정으로 위험한 선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경제의 잠재적 위험도 커졌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불안한 냉각 상태가 이어졌고 이와 맞물려 나라 경제의 침체도 계속됐다.

이런 판국에 집값이 폭락한다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부채에 짓눌린 가계에 쓸 돈이 없어져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붕괴로 침몰했을 때도 '집값 폭락→경기 위축→일자리 축소→개인파산·기업부도'의 악순환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당시 미국 은행들은 집값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용도가 낮은 주택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내놨고 다시 이를 모기지담보증권(MBS)으로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헛된 욕심이요, 재앙의 씨앗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우리은행을 통해 '1%대 주택대출'을 3~4월 중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자 '한국판 서브프라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이 전제되고 △대출 조건이 파격적이며 △주택 구매 촉진책이라는 점이 서로 닮았음을 빗댄 지적이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은행의 손실을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이 떠안도록 한 것도 논란 거리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때도 금융기관의 피해를 나랏돈으로 메워야 했다.

물론 집값이 완만한 상승세를 안정되게 유지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부동산 부양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것도 이를 유념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는 기미도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566건(잠정)으로 2006년 실거래가격 조사가 시작된 후 1월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7%가 집을 살 의사가 있으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37%에 달했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폭증이다. 지난해 8월 정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다. 가계부채는 벌써 1,1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하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일본 경제가 부동산 거품붕괴의 와중에 있던 1992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3.2%였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든 경제 현상이 그렇듯 집값 또한 오를 수도 있지만 급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위기 발생때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비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지금은 가계부채 악성화가 경제의 뇌관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를 가중시킬 '1% 주택대출' 카드를 구태여 꺼내 드는 것이 과연 합당한 처사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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