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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별다방'이 부러운 이유

청년백수 구하기 나선 美기업

우리는 등 떠밀어도 시늉만… 국민에게 진 빚 언제 갚으려나


할 수가 없단다. 하고 싶어도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장사도 안되고 이익은 줄어가는데 무슨 채용이냐고 되묻는 곳도 있다. 깊어진 불황의 그늘만큼 커가는 기업들의 하소연.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수출이 5개월째 죽을 쑤고 내수도 바닥을 기면서 '백화점 출장 세일'같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신풍속도까지 그렸으니 말이다. 지금 있는 직원들을 자르지 않고 데리고 있는 것만 해도 절을 해야 할 판이다. 최근에는 그 어려움에도 청년 실업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2017년까지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통 큰 선언까지 했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고마움은 밝혔으니 이제 한번 터놓고 얘기해보자. 기업이 노동시장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법이 바뀐다고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존 직원들에게 적용할 자신이 있나. 기껏해야 신입사원만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선언도 정부가 손목을 비트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간 면이 강하다. 벌써 "기업을 너무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터. 언제든 자를 수 있는 인턴과 시간제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생각 같다. 피해를 보는 이는 저질의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 아무리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하지만 꿈은 고사하고 '이태백'으로 또는 인턴이나 비정규직으로 살아갈지도 모를 20대의 하루하루가 처절할 뿐이다.

얼마 전 태평양 건너 저 멀리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우리 청년들을 더 울적하게 만든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15개의 미국 대기업이 직접 청년 10만명을 신규 채용하는 이른바 '청년 백수 구하기 프로젝트'에 나섰다. 정부의 압력도 노조의 요구도 없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표현대로 하면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면 자신들의 사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홍보 전략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도 아닌 기업이 스스로 이런 시도를 했다는 데 있다. 억지로 등 떠밀려 나온 곳과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진 기업이 같을 수는 없다. 최근 우리 정부가 청년 고용절벽 대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주장한 데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기업들은 사회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아주 조금만 시간을 되돌려보자.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을 사실상 빼앗겼던 시절 위기에 몰린 기업을 구해준 것은 사회 전역에서 일어난 국산품 애용 운동이었다. 오죽했으면 당시 정부가 나서 '지나친 애국심은 오히려 해가 된다'며 자제를 호소했을까. 2004년에는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을 받던 SK그룹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일반 주주와 국민들에게 읍소했고 결국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삼성물산 주주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기꺼이 삼성 측에 주권을 맡긴 국민 주주들 덕에 엘리엇의 방해를 물리치고 합병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국민에게 평생 갚아야 할 빚을 지고 있다"는 어느 노교수의 충고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기업이 국민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차례다. 여력이 없다고 하지 말자. 30대 그룹 금고에는 이미 710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이 수북이 쌓여 있지 않은가. 경제가 어렵다는 변명도 하지 말자.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0대의 실업률은 현재의 10.2%보다 한참 낮은 7%대였다. 고용을 해도 쓸 곳이 없다는 주장도 주머니 속에 접어두기 바란다. 잘나갈 때 현실에 안주하며 미래를 대비하지 않은 책임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져야 할 몫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청년들이 존경의 눈길로 바라볼 기업이 한 곳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

/송영규 논설위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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