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한국 발레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발레가 이렇게 발전하게 된 데에는 몇몇 발레인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들에 힘입어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우리 발레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우리 직업발레단이 현 상태를 돌파해 세계 상류 발레단으로 회자되고 우리 무용수들이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려면 국가가 발레리나 육성 시스템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공용어(신체언어)로 이해되는 발레이지만 우리나라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일류국가에 걸맞지 않게 발레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지 못했다. 국립발레단이 있으면서 국립발레학교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사실이 단적으로 이를 입증한다. 최근에 만난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의 아실무라토바 예술감독은 "직업발레단이 발레학교 없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미국 발레를 건설한 조지 발란신은 "발레단보다 발레학교 먼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발레는 인간의 신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예술 분야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히는 만큼 성장기인 10세부터 18세까지 고난도 기량을 연마하는 전문교육이 절대적이다. 발레 슈퍼스타는 이미 이 나이에 만들어진다. 따라서 발레인들은 줄곧 발레학교 설립을 정부와 사회에 호소해 왔다. 이제 우리도 사교육에 의존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국가가 운영하는 특수기술학교가 국립발레단 부설로 설립돼 어린 학생들이 실제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국립발레학교가 국립발레단 부설로 설립되면 전국의 로드쇼(오디션)를 통해 가정형편이 안 되는 재능 있는 아이들을 찾아내 체계적으로 육성, 세계적인 스타를 만들고 이들이 활동하다가 적령기를 지나면 다시 전문 교사로 활용되는 선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다. 왕년의 수퍼스타였던 바가노바 학교의 아실무라토바는 말한다. "275년의 역사가 있는 바가노바 발레학교는 단 한 명의 슈퍼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그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이 '단 한 명'이 세계 발레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는 것이다. 내년은 국립발레단 창단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만큼 발레학교 설립의 결실도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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