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단타 매매에 나섰던 투기꾼들은 최근 작품가가 40~60% 하락해 손해를 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은 자산시장의 위험을 헤징(hedging)하는데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요즘 같은 시기가 되레 미술품 구입의 적기가 될 수 있습니다.”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K옥션의 김순응(사진) 대표는 최근 금융위기를 맞은 경제상황에서 미술시장을 이같이 분석했다. 김 대표는 “특히 2007년과 2008년에 대거 유입된 세력을 예로 들면 2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산 투자자의 보유작품은 현재 6~7억원 대로 급락한 수준일 것”이라며 “이미 2005년에 당시 1,000억원 대에 불과한 한국 미술시장에 과다 투자는 위험하고 특히 아트펀드는 독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미술품 투자는 거래비용(수수료)이 높고 환금성이 낮을 수 있다는 위험요인 때문에 장기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1875년부터 미술시장을 분석해 시장지표 ‘메이-모제스 지수(Mei-Moses Index)’를 만든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메이 모제스 교수의 연구를 예로 들면서 “그림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통화가치 변동 등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헷지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다른 금융 상품과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분산 투자(포트폴리오 구성)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즉 최근 3년간의 고점 대비 40~60%까지 미술품 가격이 조정된 지금 작품을 구입하면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안전하다는 얘기다. 또 그는 미술전문지 ‘아트 프라이스’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전세계 미술시장의 규모가 93억달러였던 2007년에는 국가별 시장 점유율이 미국 40%, 영국 20%였지만 2008년에는 시장 규모가 미국을 중심으로 급감해 83억달러로 줄어들면서 점유율도 영국 35.7%, 미국 35.6%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같은 변화 속에서 7.2%의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 등 아시아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한편 K옥션은 일본의 신와아트옥션, 대만의 킹슬리, 싱가포르의 라라사티 등 아시아권 3개 경매사와 공동으로 오는 5월15일 홍콩 콘라드호텔에서 ‘아시안 옥션 위크(AAW)’ 경매를 연다. 이번 AAW에는 한국의 K옥션이 선보이는 백남준ㆍ배병우ㆍ전광영ㆍ요시토모 등 국내 작가들과 아마노 요시타카, 주밍ㆍ미첼황ㆍ주테천, 아판디, 아구스 스와게 등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총 143점이 선보인다. 전시 프리뷰는 30일부터 청담동 K옥션 전시장, 5월14일부터 홍콩 콘라드호텔에서 진행된다. 김대표는 “아시아권 시장이 커지고 단일화하는 추세에 맞춰 서양 중심의 시장주도에서 중심축을 옮겨와 시장을 발전시키려는 생각”이라며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서양 경매사와 차별화를 두고 아시아의 눈으로 발굴한 ‘미래 블루칩’을 500만~1,000만원대(5,000달러 안팎)에 선보이며, 홍콩아트페어와 같은 기간에 열어 해외 컬렉터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02)3479-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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