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텔레비전에서 많이 듣던 목소리잖아.” 텔레비전 성우들이 연극 무대에 뛰어들었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 받기 위해 회유, 협박, 애원 등 온갖 작전을 펼치는 자녀들과 고집 센 아버지의 기싸움을 다룬 코믹극 ‘베어 럽 파파(Bear up papa)’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지난 2001년 ‘아비’라는 제목으로 초연해 인기를 끌었고, 올해 새롭게 꾸며진 2007년 버전은 전국연극제 경기도예선에서 작품 장려상, 무대미술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막이 오르면 수전노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한다. 평생동안 모은 재산 180억 원을 사회에 환언하겠다는 것. 유산을 사수하기 위해 갖은 꾀를 부리는 3남매의 모습이 관객들의 폭소를 이끈다. 울며 매달리기 작전에 나선 장남과 며느리. “이번에 이이가 벌여놓은 사업이 또 망할 것 같아요.” 형의 ‘애원’ 작전이 실패한 걸 본 차남은 ‘회유’ 작전을 편다. “아버지 저 문화사업 하잖아요. 훌륭한 아들을 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아버지가 코웃음을 치며 꿈쩍도 않자 결국 딸을 중심으로 3남매는 절묘한 꾀를 생각해낸다. 바로 어머니를 부추겨 아버지와 이혼하겠다고 협박하는 것. 한참 웃다 보면 어느새 가슴 뭉클한 감동의 순간이 온다.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아버지의 심정이 감각적인 무대 소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기 때문. 연출을 맡은 박성신 씨는 “웃음과 눈물을 적절히 조합한 가장 한국적인 드라마”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작품에는 어린이극 ‘텔레토비’에서 보라돌이 목소리를 맡은 성우 이윤선, 만화 ‘달의 요정 세일러문’, ‘포켓 몬스터’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들려준 성우 이선, 만화 ‘슈렉’, KBS 교양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 등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를 선보인 성우 류다무현 등 5명의 성우들과 노승택, 지종은 등 4명의 연극 배우들이 출연한다. 공연은 12월 2일까지 대학로 글로브 극장에서. (02)743-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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