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를 계산해 봤는데 버스나 지하철 보다 스쿠터가 훨씬 저렴해요. 한 달에 5만원이면 충분하죠" 시화산업단지 소재 금형업체에서 근무하는 L대리는 최근 '애마' 하나를 구입했다. 난생 처음 가져보는 나만의 교통수단으로 자동차가 아닌 50㏄ 엔진을 단 스쿠터를 주저 없이 선택한 것. 기름값이 적게 들고 주차하기 편한 데다 길이 막힐 때는 스쿠터만 한 게 없다는 실용성 때문이다. 치솟는 유가에 자동차 굴리기가 버거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스쿠터, 즉 배기량 125㏄ 미만의 소형 오토바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즘은 초기 오토바이 모양을 본떠 기계식 계기판과 커다란 전조등을 단 화려한 색상의 복고풍, 일명 '클래식 스쿠터' 열풍이 거세다. 클래식 스쿠터는 단순히 탈 것을 넘어 패션 아이콘으로 인식될 만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트렌드가 되고 있다. 스쿠터는 기어변속이 필요 없는 모터사이클의 일종으로 연비가 ℓ당 30~40㎞다. 소형차의 세 배 이상으로 아주 경제적이다. 보험료와 취득세, 등록세도 1년에 15만원이면 충분하다. 판매가격은 50만~150만원대로 다양하다. 그래서 도전적이고 활동적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층에 특히 인기만점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토바이 생산업체의 양대 축인 대림자동차와 효성기계공업의 스쿠터 판매량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평균 40% 이상 증가했다. 생산량도 지난해 보다 30% 이상 늘었다. 대림자동차의 경우 5월에 출시한 125㏄급 스쿠터 '베스비(BESBI)'는 541대가 팔릴 정도로 최고 인기 모델이다. 대림자동차는 배기량 50㏄급 '에이포(a.FOUR)'부터 250㏄급 '프리윙(FreeWing 250)'까지 9가지 클래식 스쿠터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박 희 대림자동차 과장은 "복고풍 디자인과 싼 가격의 클래식 스쿠터는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은 50㏄급 '랠리(RALLY)'와 125㏄급 'HY125' 등 6가지 모델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랠리'는 대림자동차의 '베스비'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인기 모델이다. 이 같은 스쿠터 열풍은 수입제품에 대한 수요까지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 혼다코리아 모터사이클의 경우 6월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180대가 팔렸다. 신범준 혼다 모터사이클 대리는 "국내제품 보단 100만원 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30대 초반의 샐러리맨을 중심으로 구입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스쿠터의 붐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 받는 야마하의 배기량 100㏄급 '비노'는 젊은 층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1,000대 이상 판매되면서 200% 이상의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김경선 한국모터사이클산업협회 팀장은 "100㏄ 미만의 스쿠터는 차량등록을 할 필요가 없어 번호판을 안 달기 때문에 세금도 내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쿠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교통안전과 환경오염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홍필수 환경정의시민연대 간사는 "스쿠터의 주종인 50㏄급은 정기적으로 배출가스와 소음검사를 받지도 않고 등록의무 조차 없어 도난에 의해 범죄에 사용될 때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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