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노동시장개혁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


2015년 새해 첫 정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다. 그것도 선택이 아닌 우리 경제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규정했다. 일단 오는 3월까지 합의해달라는 주문이 동시에 이뤄졌다. 구조개선처럼 복잡한 이슈를 가지고 노사정이 쉽게 타협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노사정 대표들은 무엇이라도 보여줘야 하고 그래야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다.

위기감·개혁 불가피성부터 공유

그런데 어렵게 판을 마련하고 분위기도 띄웠지만 노사정이 게임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노사정 당사자들은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야 할지 이해타산이 불분명하다. 다들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이것저것 뒤져서 내놓고 있고 그래서 논의가 복잡해지는 상황을 나중에 책임회피 수단으로 상호 활용하자는 묵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슈를 반드시 타협해야 할 핵심적인 것으로 좁혀 목표와 수단 그리고 이행 시간표에 대해 합의해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여러 가지를 논의하고 얼기설기 합의 수준이 다른 것들을 모아 논의를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노사정이 문을 걸어두고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합의해야 할 핵심 사항은 무엇인가. 노사정은 이미 서로 동의할 수 없는 대략 10여 가지 메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벌써 비정규직 고용기간연장, 일반해고 절차 정비, 사회안전망 강화가 이전부터 현안으로 올라 있던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제도 정비에 덧붙여져 있다. 모든 사안이 서로 관련돼 있고 중요하지만 모든 노동시장 정책들을 줄줄이 붙여서는 협상도 어렵고 서로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의 교환이 이뤄지더라도 교환의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이제 노사정은 초점을 좁혀야 하고 관점을 공유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 왜 필요한가. 다 같이 희생하더라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용환경이 변해 과거의 관행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일반론은 타당하지만 위기의식을 주지 못한다.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이 아니라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제는 청년과 비정규직들이 죽어 나가는 노동시장 현실을 바로잡자는 결기가 필요하다. 일자리나 임금의 엄청난 격차를 이렇게 두고는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정책에서 묻어나와야 한다.

한편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해온 원하청 관계의 파행성, 채용에서 보상까지 인사관리 제도의 낙후성, 고용책임 회피 등을 개선하겠다는 기업들의 자기성찰도 필요하다. 전체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주단체나 사용자단체의 적극적 역할과 기업들의 공동협력 방안도 새롭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무임승차가 아닌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使는 관행개선하고 勞는 대안 제시를

노조는 단순 비판을 넘어 적어도 공정한 노동시장을 위한 자신들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호봉급이 없어지고 직무·능력·성과 위주로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면 그것이 왜 개악인지를 노동시장 구조개선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원청이나 정규직과 대비해 공정하게 평가받을 임금체계 자체가 부재한 현실에서 우리 노조도 기업별 호봉급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독일 노조처럼 업종별로 직무중심 임금체계를 만들자고 주장해야 당당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