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좀 팔아주세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112㎡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최모(42)씨는 최근 한 부동산교환 전문 컨설팅 업체에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1억6,000만원을 융자 받아 지난 2006년 4억5,000만원에 구입했던 이 집의 현재 시세는 3억2,000만원. 그는 “이자 부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매물로 내놓은) 집은 팔리지 않으니 답답한 심정”이라며 “저렴한 부동산과 교환하는 대신 차액만큼 현금을 받아 대출을 청산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도자들이 공인중개를 통한 ‘전통적’ 매매 대신 다양한 집 팔기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팔아 대출을 갚거나,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막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자산이 묶이면서 나름의 탈출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지점장은 “요즘 투자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무엇을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팔까’ ”라며 “부동산 교환, 민간경매, 증여 등이 부동산 매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교환 열기 후끈=부동산 교환의 경우 그동안 상가나 전답처럼 덩치가 커 매매가 쉽지 않은 부동산 거래에 주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택 거래가 뚝 끊기면서 주택의 경우에도 부동산 교환시장에서 물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교환 컨설팅업체 렉스의 김정남 대표는 “11월에도 강남구 역삼동 132㎡형 아파트와 경기 용인시에 있는 495㎡형 상가를 9억원에 맞교환한 사례가 있었다”며 “사정이 다급한 주택 보유자들이 속출하면서 최후의 보루로 부동산 교환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컨설팅 ㈜대경의 이준용 대표는 이에 “대출요건이 강화되면서 부동산 신규 매입을 위한 자금 융통이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자금이 덜 드는 교환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경매시장에도 주택 등장=지난달 20일 지지옥션이 진행한 민간경매에는 총 9채의 주택이 경매 물건으로 등장했다. 법원에서 진행하는 경매와 달리 민간경매는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물건을 내놓고 최저가를 제시하는 구조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146㎡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물건으로 내놓은 김모씨는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전화 한 통이 없어 민간경매를 찾게 됐다”며 “경매를 통해 빠른 매매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간경매에는 이외에도 강남구 논현동의 아파트와 용인 기흥구 언남동의 아파트 등 다양한 물건이 쏟아졌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이제까지 주택이 민간경매에 나온 사례는 상당히 드물었다”며 “당분간 극심한 거래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민간경매에 나오는 물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증여로 방향 선회하는 경우도=부동산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하면서 매매를 포기하고 아예 증여로 노선을 수정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상속 증여세 구간을 상향조정하고 세율 역시 현행 10~50%에서 6~33%로 낮추기로 한 정부개정안이 무산된 점은 아쉽지만 무작정 집이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 지점장은 이에 “주택 및 상가에서 보증금을 높여 세금 과표를 줄이려는 부담부증여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며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많이 받는 게 집주인들의 보통 심리인데 최근 반대현상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유주가 월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보증금을 높여줄 것을 요구한다면 증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이에 대해 “증여세 면제가 되는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부과된다”며 “어는 쪽이 절세에 더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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