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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관전 말고 직접 뛰자-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대표


이글거리는 여름 태양 아래 연병장은 잘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뜨거웠다. 그늘 한 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전투 체육의 날이 되면 땡볕 아래서 3~4시간씩 공을 찼다. 갓 전입한 이등병들은 죽어라 공을 향해 내달려 입에서 단내가 났다. 군대에서는 훈련보다도 더 고된 것이 축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은 몸을 풀 겸 가벼운 스파링 상대로 골랐던 국내 모기업 사내 축구팀과의 경기에서 혼쭐이 났다. 평범한 아마추어 축구팀은 세계적인 스타가 즐비한 우루과이 대표팀을 상대로 2골을 넣고 5골을 내주며 '석패'했다. 정상급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김대리의 드리블'은 대한민국 조기축구회의 저력을 보여준 일화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축구는 한국 남자들에게 희비애환(喜悲哀歡)이 담긴 운동이다. 한국 남자들은 축구의 포지션 속에 함축된 사회성을 통해 자신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찾곤 했다. 동네 축구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주장 완장에 공격수 자리를 꿰차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벌떼 축구 끝에 마시는 한잔 막걸리는 꿀처럼 달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축구공을 발끝으로 직접 느끼기보다는 TV 앞에 앉아 축구 경기를 관전하며 입으로 해설만 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만성 피로에 시달리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는 하나 시간을 내기도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힘든 탓이다.



그러나 잿빛 도심 안에서도 잘 찾아보면 공을 몰면서 연병장을 가로질러 달리던 청춘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공간은 있다. 바로 풋살장이다. 5인제 축구인 풋살은 최근 들어 큰 인기다. 경기 인원이 소규모라 팀 구성이 축구보다 수월하고 전국적으로 풋살장을 설치하는 지자체와 기업이 늘고 있어 직접 선수가 돼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즐거운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룰과 경기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말 그대로 즐거움 그 자체를 위한 축구를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6,000여개 클럽에서 20만명이 넘는 풋살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필자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아이파크몰에도 풋살장이 추가로 설치됐다. 복잡한 용산에 위치해 있어 경기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유휴공간인 옥상을 활용해 공을 몰고 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 16일 이곳을 찾은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풋살장은 복합적인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축구를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러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턴트 소통의 시대 속에서 따뜻한 인간의 정이 아쉬운 세상이다. 풋살은 건강한 삶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벽과 단절도 허물어 준다. 이번주 말에는 TV 대신 직원들과 함께 풋살장에서 신나게 공을 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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