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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의 미술을 보는 눈

매년 6월께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아트페어(Art Basel)'는 세계 최정상급 아트페어(미술품 견본시장)답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미술 애호가들로 북적인다. 개막을 석 달 앞둔 바젤아트페어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딱 두 줄의 글귀뿐이다. 하나는 6월14일부터 시작한다는 전시기간, 그리고 또 하나는 'UBS'. 바젤아트페어의 메인 후원사인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위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5월 열린 홍콩아트페어에는 일반 전시 부스 외에 도이체방크 컬렉션 코너가 별도로 마련됐다. 도이체방크는 1970년대 말부터 30여년간 현대미술을 후원하며 작품을 수집해 소장품만 6만점이 넘는다. 소장품 중 주요 작품을 전시한 이 공간에는 취재진은 물론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채 VVIP들에게만 공개됐다. 나름의 고객 서비스인 동시에 기업의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한 자리였다.

선진국의 사례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다. 최근 화랑협회 회장으로 연임한 표미선 표화랑 대표는 "기업이 미술계와 관련됐다고 하면 우선 '비자금 연루'를 떠올리는 게 불편한 진실"이라며 "선량한 의미의 후원임에도 주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국제 아트페어나 국제 미술상, 미술제 등의 행사는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다. 미술 관련 행사를 찾는 관람객들의 상당수가 부유층인 데다 이들이 문화계를 주도하는 트렌드세터여서 그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또 문화를 통해 얻는 무형의, 무한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UBS나 도이체방크에게는 금융회사로서 안정적이고 신뢰를 주는 은행,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시대를 초월한 명품을 알아보는 안목과 투자 감각, 미래까지 내다보는 진취적 가치를 표현하기에 미술이 안성맞춤이었다. 금융가들 대부분이 미술을 좋아한다는 점도 비즈니스의 열쇠가 되곤 한다.

국내 기업이나 은행들도 미술을 보는 눈을 뜰 때가 됐다. 미술품을 비자금 창구로 여기거나 공공미술품 구입이 의무라는 잘못된 시각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예술의 힘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그저그런 회사'로 전락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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