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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랠리'에 나스닥 거품공포 부활

수익증대·신약 투자 열기에 NBI 3년새 240%나 급등

PER 420배… 과열 우려 커져 금리인상 땐 투자열기 냉각

자본금 고갈 등 잠재적 악재도 일부선 "과거와 달라" 긍정론


지난 2000년 3월10일 미국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5,048.62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닷컴버블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이후 나스닥지수는 거품이 꺼지면서 추락을 거듭해 불과 2년반 만인 2002년 9월에는 1,114.11까지 곤두박질쳤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본격화한 1997년 7~8월(1,500선 안팎)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었다.

나스닥지수가 다시 5,000선을 돌파한 것은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올해 3월3일. 그러나 흥분이 채 가시기 전에 또다시 거품 붕괴론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는 '닷컴'이 아니라 '바이오테크(생명공학)' 종목이 나스닥 과열 우려의 진원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바이오테크주의 랠리(회복세)가 거품 공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며 맘 졸이는 증시 분위기를 소개했다. 나스닥생명공학지수(NBI)가 2012년 초부터 현재까지 240%가량 급등하며 바이오테크 주가에 대한 과대평가 우려가 번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NBI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세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말 648.00(종가 기준) 수준이었으나 2012년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올 들어 지난달 20일에는 3837.6으로 장을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3,70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지수가 치솟으면서 NBI의 주가수익률(PER)도 비정상적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증시자료를 살펴보면 2012년 말 72.60이던 NBI 편입종목들의 평균 PER는 72.60배였으나 지난해 말 343.80으로 뛰어오르더니 이달 24일에는 무려 419.79배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치에서 증시 전문가들이 NBI의 PER에 대해 올해 말 53.50배, 내년 말 35.46배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과 비교하면 현재 PER는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WSJ는 NBI 랠리의 배경으로 △순익 급증 △신약 승인 △신약에 대한 투자 열기를 꼽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NBI 편입종목 업체들의 총이익률은 75.64%로 나스닥지수 편입종목 전체 평균(39.45%)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었으며 영업이익률도 13.79%로 나스닥지수 전체 평균(12.63%)을 웃돌고 있다. 또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신약은 41개로 1996년(53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이런 가운데 제약회사인 길리아드사이언스와 셀진의 C형 간염 치료제 개발 소식 등 호재가 더하면서 가뜩이나 전 세계적인 저금리와 경기부진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투자자금을 나스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생명공학 투자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될 경우 순식간에 사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약개발 실패와 자본금 고갈 같은 특정 종목별 악재도 부푼 바이오 종목 주가를 흔들 수 있는 잠재적 악재로 꼽힌다. 자산운용 업체 체비엇밸류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담당자인 데런 폴락은 "투자자들이 생명공학 부문에 대해 너무 높은 (신약개발) 성공률을 적용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물론 현재의 바이오주 강세는 과거와 다르다는 긍정론도 적지 않다. 주요 생명공학 업체들은 과거에 비해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투자자들도 이제 신약개발 단계보다는 신약승인 여부에 비중을 두고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중개 업체 코웬앤컴퍼니에서 주식판매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시버그는 "더 나은 성장을 보장하는 분야가 나오기 전까지 돈은 계속 생명공학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이 같은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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