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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실은 따뜻한 여자인데… 억울했던 중세 마녀의 삶

■마녀(쥘 미슐레 지음, 봄아필 펴냄)<br>민중 의사로서 기적 일으키자<br>서구 가톨릭 국가선 눈엣가시<br>고문·화형 등으로 처형당해



"과거 천 년 동안 마녀는 민중의 유일한 의사였다. 전문가들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세상 사람들은 '영리한 여자'라고 부르던 산파에게 검진했다. 이 여자가 효험을 보여주지 못하면, 사람들은 마녀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보통은 걱정과 존경이 뒤섞인 착잡한 심정으로 그 여자를 '좋은 아줌마' 또는 '멋쟁이 아줌마'라고 불렀다. 바로 전설에 나오는 선녀들의 별명이다."(본문 16쪽)

마녀와 선녀는 이처럼 한끝 차이였다. 실상은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다른 이름이었다. 마녀 이야기인 뮤지컬 '위키드'는 지난 5월 개막해 최단 기간 20만 관객 돌파의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녹색 얼굴이지만 선한 마음을 가졌던, 그러나 '나쁜 마녀'라 미움 받았던 엘파바를 주인공으로 그 동안 '오즈의 마법사'를 통해 뿌리깊게 박혀있던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었다.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학자 쥘 미슐레(1798~1874)는 "마녀는 교회에 저항하고 억압받는 여인의 전형이고, 자연과 육체와 의학을 이해했기 때문에 근대 과학의 어머니"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그의 1862년작 '마녀'가 이번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참고로 미슐레는 16세기의 재생과 부활을 뜻하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이다. 르네상스의 기원을 찾아가던 중 중세 수도원에서 평화로운 곳이라는 뜻의 '인 파체'가 마녀를 가둔 수도원 지하감옥이었다는 사실을 접하며 '마녀'라는 주제에까지 다다랐다. 이 책은 중세 여성들의 삶과 함께 마녀로 불리게 된 사연, 마녀 재판기록, 마녀가 당한 억울한 처형 등 숙명적 마녀의 삶을 그리고 있어 초간본이 나올 당시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출판사를 교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화제작이다.

저자는 유럽의 중세인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500여 년에 걸쳐 종교 재판과 마녀 사냥이 기승을 부린 시절에서 '어두운 진실'을 찾아냈다. 그가 말하는 마녀는 종교와 신(神)만을 숭배하던 시기에 또 다른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따뜻한 여자들이다. 사람들이 하늘만 바라볼 때, 마녀는 땅에서 태어난 자연스러운 여인이었을 뿐.



"그녀의 운명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독초 벨라도나와 비슷하다. 철부지와 무지한 행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이 향기 짙은 꽃들을 혐오했다. 그런데 이런 꽃에서 가지과 식물에서만 있는 '편안하게 해주는 물질'이 나온다. 조심스레 다루면 종종 병을 치료하고 통증을 가라앉힌다."

처음에는 '민중의 유일한 의사'로 칭송받던 마녀는 중세로 접어들며 도마에 오르고 화형대까지 끌려간다. 마녀가 '자연의 기적'을 불러내 민중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이 당시 서유럽 가톨릭 국가에서는 눈엣가시였던 것. 서로 결탁한 사법제도와 종교권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키우려는 욕망으로 선악의 새로운 기준까지 제시하며 억울한 고문과 사형을 자행했다. 저자의 주장은 '마녀는 서구 가톨릭 국가에서 비인간적인 사회 제도와 맹목적인 종교 이념의 희생양'이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해 내려오는 민담부터 고문과 화형에 시달리던 종교 재판 기록까지 담아낸 이 책은 방대한 문헌 자료와 증언 등을 토대로 한 동시에 미슐레 특유의 문학적 수사와 은유법을 곁들여 읽기 좋게 쓰인 게 특징이다.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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