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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개혁의 열쇠-뉴프런티어십] <2> 갈 길 먼 격차해소

7% 불과한 정규직·대기업 노조 과보호… 노동시장 왜곡 초래<br>임금부담 하청업체 전가… 비정규직 양산 부작용<br>남성-여성·대졸-고졸 등 다른 나라에 없는 차별도<br>파업 땐 대체근로 허용 등 '정규직 감싸기' 벗어나야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12월 30일 오후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 앞 광장에서 임금단체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파업집회를 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는 매년 파업을 벌이며 본사뿐만 아니라 지역 협력업체의 자금난과 경영상황까지 악화시킨다. 다양한 요구를 앞세우지만 결론적으로는 임금 인상과 복지혜택 강화가 목적이다. 지난해에는 임금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노조 교섭대표 간 갈등으로 타결이 미뤄지는 바람에 협력업체들이 타격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해마다 파업을 일삼는 대기업 노조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기업 노조는 노사 교섭에서의 강경한 모습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3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100)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6에 그쳤고 중소기업 정규직은 54,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7에 불과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임금이 중소기업 정규직의 2배,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3배에 달하는 셈이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이 82.1%인 반면 비정규직은 38.4~44.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근속기간도 비정규직은 2.5년으로 정규직(7.1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규직·대기업·노조와 비정규직·중기·무노조는 임금 격차가 3배까지 난다"며 "다른 나라에는 없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대졸·고졸 등 4대 격차가 심해지고 있어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임금과 다양한 사내 복지혜택 등 중소기업·비정규직과 나눠야 할 사회적 재원을 원청에서만 독점하게 되니 노동시장은 왜곡되고 모두가 정규직에 목을 매는 현실이다. 과도하게 인상된 임금은 결국 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하청업체를 쥐어짜거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이로 인해 근로자와 근로자 사이의 간극이 벌어져 양극화는 심화되고 대·중소기업과 원·하청 등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해지고 있다. 류재우 국민대 교수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무조건 뻗대고 챙기는 게 이득이라 합리적인 행동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우리 경제 전체로 봤을 때는 피해가 크다"며 "비용을 전가하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 노사관계 경쟁력은 144개국 가운데 132위로 최하위권이다. 대한민국의 정규직 노조는 기득권 세력으로 변해버린 게 가장 큰 문제다. 비정규직과 같은 약자를 배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해 일반인들에게조차 귀족노조로 불릴 정도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위해 양보하고 타협안을 내는 독일 같은 국가의 노조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익명의 한 노동전문가는 "언뜻 보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등 사회 전체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를 볼모로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복지를 고수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고 꼬집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까지 벌이며 7개월 동안 이어진 노사협상 끝에 마련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7일 부결시켰다. 최근 10년간 타사에 비해 미진했던 임금인상분에 대한 보상이 불만족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는 업황 침체로 지난해 3·4분기까지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으며 최근 해양플랜트 발주가 줄어들며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일부 강성노선의 현장노동조직은 잠정합의안에 대해 부결운동까지 벌였다. 노사 문제로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워지면 실적악화와 신뢰도 추락으로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생존보다 자기들 임금 인상이 우선이라는 이기주의에 치가 떨린다"면서 "이러한 노조의 모습은 경제 발목을 잡는 고질병"이라고 한탄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과도한 고용보호뿐만 아니라 고용을 세습하려는 대물림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결국 기업들이 새로운 20대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자 청년취업 문턱을 높여 세대 간 갈등까지 유발한다.

특히 일부 대기업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부당한 노동현장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기 위해 무조건 합의를 보지 않으려 하는 행태를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을 통해 이러한 관행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파업을 했을 때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막무가내식 파업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일부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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