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지역은 중원뿐이다. 중원이 모두 공배가 된다면 확정지가 많은 백이 이길 것이다. 흑19는 중원의 주도권을 선포하는 즐거운 수였다. 이 수로 더욱 욕심사납게 참고도1의 흑1까지 진출하는 것은 과욕이다. 백2로 역습을 받으면 일방적으로 쫓겨야 한다. 흑3 이하 9로 안간힘을 써보아도 산다는 보장이 없으며 설령 산다고 해도 바둑을 지게 될 것이다. 박영훈은 백20으로 임시 처방을 하고서 반상최대의 끝내기인 백22를 차지했는데 흑29 이하 33이 모조리 선수가 되어서는 중원의 주도권이 흑의 손아귀에 넘어간 느낌이다. 이렇게 되자 백은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게 되었다. 상변에서 중원으로 뻗어나온 백대마의 연결고리에 허점이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노련한 이세돌은 그것을 추궁하기에 앞서 흑35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백36은 상대의 심중을 읽은 적절한 보강이었다. 참고도2의 백1로 받으면 흑2에 또 백3으로 받아야 하는데 그때 흑4로 차단하면 백은 그대로 파탄이다. 백5 이하 7로 저항해 보아도 흑8로 확실하게 차단당하고 나면 안에서 사는 수단이 없다. "잘들 싸운다.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다. 이세돌이야 원래 싸움꾼이니 그렇다 치고 박영훈의 중반 싸움 실력도 대단하다."(서봉수) "최근에 박영훈의 기량이 부쩍 늘었어요. 이세돌로서는 아주 골치 아픈 적수를 만난 것이지요."(김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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