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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 만나면 작아지는 공정위

담합의혹 기업 "존폐 달렸다" 로펌 앞세워 법리공방<br>정유·D램 담합사건 과징금등 '솜방망이' 처벌 그쳐


기업의 가격담합(카르텔) 사건이 거대 로펌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D램 가격담합과 같은 국제카르텔은 징계로 이어질 경우 다른 국가의 소송까지 영향을 미쳐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을 받는다. 때문에 기업들은 국내의 대표적인 로펌과 계약을 맺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서고 있다. 최근 공정위의 카르텔 관련 제재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도 관련기업과 거대 로펌의 연합행동에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정유사 가격담합, D램 가격담합 등 굵직한 카르텔사건에 연루됐던 기업은 국내 6대 로펌들과 수임계약을 맺고 공방을 벌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2년6개월간의 조사 끝에 모두 526억원의 과징금 부과로 끝낸 정유 4개사의 가격 담합에는 김앤장 등 내로라하는 로펌이 수임을 맡았다. 이들과의 치열한 공방 끝에 공정위는 담합기간이 2004년 4월1일~6월30일, 딱 70일만 이뤄졌다면서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내리는 데 그쳤다. 당시 정유 4사의 대리인을 맡았던 로펌은 ▦SK-태평양 ▦GS-율촌 ▦현대오일뱅크-세종 ▦S-Oil-김앤장 등이다. 변호사ㆍ변리사 등 보유기준, 로펌의 순위는 김앤장이 1위, 태평양이 2위를 달리고 있고, 세종과 율촌은 각각 5ㆍ6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적발, 처벌되면서 국제 카르텔 사건으로 비화된 D램 담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까지 처벌될 경우 유럽연합(EU)ㆍ일본 등 여타 국가에서까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컸던 것을 우려해 관련 기업들은 국내 공정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엄청난 공방을 벌여왔다. 등장시킨 로펌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율촌(법무법인 순위 6위)을 대리인으로 내세웠고, 하이닉스 세종(5위), 마이크론 김앤장(1위), 인피니온 화우(4위) 등 6대 로펌 중 4곳이 등장했다. 대형 로펌의 활약에 힘입어 D램 가격 담합사건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증거 부족으로 심의 종결’이라는 조치를 받았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카르텔 사건에 연루된 기업들은 대개의 경우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등장시키고 있다”며 “특히 이번 D램 담합의 경우 국제 카르텔 사건인 만큼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처벌되면 다른 국가에서 연쇄 처벌이 불가피해 기업이 사활을 걸고 맞섰다”고 말했다. 대형 카르텔 사건에 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앞세워 맞서면서 공정위 역시 제재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다. 자칫 잘못된 결정이 내려져 법적 공방에서 패할 경우 역소송 등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특히 인적ㆍ물적 인프라가 풍부한 대형 로펌 등과 공방이 진행되면서 일부 카르텔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밀렸다는 인상마저 줄 정도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확한 물증이 없을 경우 공방과정에서 상당한 애로가 있다”며 “이번 D램의 경우 자진신고자가 있었음에도 ‘심의종료’로 끝낼 수밖에 없던 것도 대형 로펌과의 공방과정에서 논리싸움에도 밀렸다고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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