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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납량 기획 "공포를 만드는 사람들"



[리빙 앤 조이] 납량 기획 "공포를 만드는 사람들"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서울랜드 '귀신동굴'의 처녀귀신 연기자를 보고 놀라는 관람객들. 연기자들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 2~3개월간 훈련을 받는다. 공포영화 '고사'의 특수분장사 김현경 실장이 연기자에게 시체 분장을 하고 있다. 특수분장용 피를 만드는 데는 물엿과 붉은색 물감이 사용되는데 한여름에는 벌레가 꼬여 분장사나 연기자나 모두 고역이다. 지난 7일 무더위가 시작되는 절기인 ‘소서’를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더위의 시작은 곧 납량의 계절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열대야의 한 가운데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에어컨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공포물. 매일밤 텔레비전을 장식하던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소름 돋는 괴담이 흘러나오고 공포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입소문을 내기 바쁘다. 공포 특수로 바빠지는 곳은은 대학로도 예외가 아니다. 로즈마리, THE 죽이는 이야기 등 공포ㆍ스릴러 장르의 연극들이 8월말까지 관객 몰이에 나서 ‘공포물의 라이브 시대’를 열고 있다. 공포를 소비하는 방식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괴담이 영상이 되고 영상을 보는데 그쳤던 소비자들은 직접 괴담 속으로 들어가 몸소 체험에 나선다. 최근 폐교나 폐가 체험을 취미활동으로 하는 이들이 모여 동호회를 결성하고 각종 괴담을 생산해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포에 대한 인간의 감수성이 날로 진화할수록 공포의 소비자는 좀더 자극적이고 신선한 소재를 원하고, 생산자는 바닥난 소재에 머리를 감싸 쥔다. 올 한해 유독 국산 공포영화 시장이 가뭄인 까닭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즉 ‘더 센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관객의 기대에 국산 영화 시장이 보조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납량특집이다. 독자를 까무러치게 할 만큼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공포를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실어 보았다. 겁 없는 사람들이 공포물을 만들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들은 공포물을 만드는 내내 꿈자리가 사나워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년 색다른 공포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이들은 오늘도 두 눈을 질끈 감는다. 봄이면 꽃놀이를 가고 가을이면 단풍놀이를 가듯 올 여름은 저렴하게 더위사냥 하러 공포 나들이를 떠나보자. 놀이공원 귀신부터 분장사·작곡가등 다양겁에 질린 관객 보며 "한건 했다" 안심하죠계속된 공포엔 놀라지 않아 방심 노리는 테크닉이 중요귀신 분장한채 화장실 갔다 스태프들 혼비백산 하기도 우리가 공포에 떨고 공포감 후에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동안 본인도 참기 어려운 공포를 억누르며 공포를 만들어 내는 이들이 있다. 공포영화나 드라마의 제작진, 공포소설 작가, 놀이공원 '귀신의 집' 스탭 등이 바로 그들이다. 공포를 하나의 팔릴만한 상품으로 내놓기까지 이들은 수백편의 공포영화를 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한 포인트를 연구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작품을 볼 때 팔에 돋는 소름을 보며 흐뭇해 한다. 때론 헛것을 보고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공포를 생산하는 것은 그들의 일이고 일상이다. 공포에 떠는 고객들을 보며 공포물 제작자들은 "이번에도 한 건 했구나"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 공포에도 강약조절 중요 "공포에도 강약 조절이 중요해요. 계속 놀라게 한다고 손님들이 매번 두려움에 떠는 건 아니거든요. 일단 안심을 시킨 후에 방심한 순간을 노리는 겁니다." 평소 '강약조절에 따른 공포 극대화론'을 주장해온 강병문(29) 주임은 후임 저승사자들을 교육하고 '귀신동굴'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는 고참 저승사자다. 여기서 저승사자란 서울랜드의 호러시설물인 '귀신동굴'에서 관람객을 인솔해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직원을 말한다. 강 주임에 따르면 저승사자의 역할은 두 가지. 20명 가량의 손님을 그룹으로 이끌고 다니며 정해진 지점에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그리고 더빙된 귀신 목소리를 따라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관람객들이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저승사자 역할을 맡기까지는 두 달 간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주로 첫 교육에는 방울을 흔들거나 부채를 효과적으로 펴는 연습을 해 방울 소리나 부채 소리에도 관객들이 깜짝 놀라도록 연습을 하는데 한 달 간 교육을 받고 나면 손가락엔 물집이 잡히고 손목과 팔이 뻐근해진다. 강 주임은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언제 긴장을 하게 만들어야 하고 언제 안심을 시켜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는 게 저승사자 일의 관건"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할 때 강약조절을 제대로 못하면 반응이 차갑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하우까지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기간이 끝나면 선배 저승사자와 함께 현장에 투입돼 실전을 익히고 2~3개월 후부터는 신참 저승사자 단독으로 관람객을 인솔하게 되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얻게 된다. 그런데 간혹 훈련을 마치고도 실전에 투입되면 바로 다른 시설로 이동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직원들이 있다. 강 주임은 "자꾸 헛것을 보거나 평소엔 잘 안 넘어지다가 귀신동굴에만 있으면 자꾸 넘어진다는 직원들도 있는데 이들은 대개 다른 시설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면서 평소 겁 없기로 유명한 자신도 관람객들을 인솔하다 헛것을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처녀귀신 역할을 맡은 친구들이 다섯 명이었는데 갑자기 한 명이 더 보이는 거예요. 다시 정신 차리고 살펴봤더니 다섯명뿐이더라고요. 또 한 번은 동굴 내부에서 맨끝에 있는 손님 얼굴을 확인하고 나왔는데 그 손님이 안 보여서 다시 들어가봤는데 다른 관람객들이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제가 착각을 한 건진 모르지만 섬뜩하더군요." ■ 자신이 봐도 섬짓해야 "밤에 혼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전설의 고향 삽입곡을 작곡하다 보면 괜시리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근데 '내가 만든 음악이지만 이거 정말 섬짓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정말 잘 만들어진 공포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오는 8월 재방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작곡을 맡고 있는 이지용 씨는 멜로 드라마나 미스터리물은 수 차례 작곡자로 참여했지만 이번 공포 드라마 작곡만큼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작업 중 섬짓한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작업 때 귀신 목소리를 음악으로 만든 적이 있어요. 귀신 목소리를 먼저 녹음 하고 나중에 혼자 모니터링을 하는데 자꾸 누가 옆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소름이 돋더라고요." 늦은 밤 작업실에서 혼자 일을 할 때가 많아 오싹한 기분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럴수록 이 씨는 '내가 들어도 무서운 음악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 특유의 공포 음악을 만드는데 자부심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 씨는 "보통 음악 작업을 하기 전 할리우드 공포영화를 여러 편 보며 모니터링을 한다"면서 "할리우드 영화도 수작이 많지만 음악 만큼은 같은 공포 영화 음악이라도 한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한국 공포물 음악이 우리 정서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국산 공포물에 삽입되는 음악은 그냥 공포심만 자극하는 할리우드 공포영화 음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공포물의 사운드는 장면을 장식하는 게 아니라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려야 해요. 우리 공포 음악이 우수한 건 단순히 감정만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사연을 담는다든지 한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때문이죠." ■ 분장사도 겁나긴 매일반 "평소에 무서운 걸 못 견디는 편인데 이번 영화 '고사'를 준비하면서 공포영화를 100여편이나 봤어요. 컴퓨터 그래픽을 쓴 건지 직접 분장한 건지 확인하려고 반복해서 보기도 하고 장면을 확대해서 보기도 하는데 무서워서 혼났어요." 특수분장사인 김현경(33) 실장은 올 여름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인 '고사'의 제작에 참여해 납량의 계절도 아닌 3~4월을 밤마다 공포영화로 지새웠다. 공포영화 마니아도 아닌 그가 100여편에 달하는 공포영화를 본 이유는 바로 장면 연구. 극중 인물이 어떻게 살해되느냐에 따라 분장 방법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특수분장사에겐 장면연구가 중요하다. 김 실장은 "콘티 기록대로 분장을 할 수도 있지만 공포영화의 생명은 특수분장이라는 생각에 좀더 적극적으로 장면 연구를 하고 세밀한 분장 기술을 시도해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겁 많은 그가 매일 밤을 공포영화로 보냈으니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괜히 누가 옆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쉬이 잠들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해낸 분장에 제작진들도 섬뜩해 하는 모습을 보면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극중 귀신의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 분장이 보기만 해도 섬짓해야 한다고 해서 약품을 녹여 전신 화상 분장을 했어요. 거기에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백안 렌즈를 꼈는데 제가 봐도 무서운 거예요. 문제는 그 배우를 화장실에서 만난 스탭들이 혼비백산해서 나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거죠." 가장 힘든 분장은 죽은 시체 분장이다. 보통 공포영화는 직접 배우에게 시체분장을 하기 보다는 컴퓨터 그래픽을 쓰거나 더미(dummyㆍ배우의 신체를 본떠 만든 인형 소품)를 만든다. 시체 분장을 실감나게 하려면 배우는 10시간 이상을 꼼짝 않고 누워있어야 하고 분장사는 쉬지 않고 분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 제작에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를 활용하는 대신 분장을 택했다. 분장으로 좀더 사실적인 묘사를 해보자는 게 제작진의 복안이었다. 덕분에 김 실장은 14명의 배우에게 시체 분장을 했고 배우들 역시 10시간 동안 화장실 한번 가지 못 한 채 버텨야 했다. 미세하게 분장이 지워져도 장면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특수 분장 스탭은 영화를 찍는 내내 대기해야 했다. 무척이나 고된 작업이지만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것, 게다가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는 건 김 실장에겐 해볼만한 일이다. "무서운 걸 견디지 못 하는 편이라 공포영화는 가급적 피하려고 하는데 이쪽으로 경력이 쌓이는 게 문제예요.(웃음) 9월에 또 한 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차기작도 공포물이네요."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납량 기획 "공포를 만드는 사람들" • 공포에 대한 상식 Q&A • 수치화한 공포체험 • 휴가철 건강관리 요령 • 밤마다 뒤척이는 아이 '속열' 의심을 • 거장들의 렌즈에 투영된 한국 • 음성 큰바위얼굴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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