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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5월 6일] 신종플루에 두 번 우는 영세자영업자
입력2009-05-05 17:36:12
수정
2009.05.05 17:36:12
지난달 말 상담요청을 받고 현장에서 만난 A씨는 긴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초췌한 모습의 A씨는 업종전환을 고민하고 있었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몸도 많이 상한 듯 연신 마른기침을 내뱉으며 털어 놓은 사연은 이랬다.
지난 2003년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A씨는 퇴직금과 저금을 털어 모은 2억원을 투자해 그해 5월 인천에 대형횟집을 개업했다. 개업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생선회를 먹은 50대 남자가 비브리오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A씨의 횟집은 개점휴업 상태로 반년이 흘러 결국 첫번째 창업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A씨의 불운은 이후에도 계속돼 조류 인플루엔자와 광우병 파동, 그리고 또다시 신종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로 이어졌다. 삼계탕집을 운영할 때는 조류독감과 찹쌀파동까지 겹쳐 버틸 재간이 없었다. 수입 쇠고기구이 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처음으로 수입이 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이 촛불집회로 장기화되면서 돼지고기구이 전문점으로 바꿔야만 했다. 그런데 신종플루로 또 다시 업종을 바꿔야만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멕시코와 미국에서 사망자를 발생시킨 이번 신종플루는 삼겹살이나 보쌈 등 돼지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점들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여 영세한 창업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큰 삼겹살 특수라고 할 수 있는 여름 휴가철까지 이번 신종플루 파동이 계속 되면 자영업자들이 입게 될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익혀먹으면 감염될 위험이 없는데도 소비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안전성 홍보와 검역체계를 강화해나가면 조금이나마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겠지만 소비자가 당분간 돼지고기를 외면할 것은 불 보듯 명확한 사실이다.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로 전국의 치킨 전문점 중 10% 정도가 문을 닫거나 전업을 했었다. 이번에도 삼겹살 등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 중 10% 정도는 A씨처럼 폐업 또는 전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를 위한 대안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반년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면 전업해야 하며 여유자금이 있어 버틸 생각이라면 올해는 개점휴업 상태임을 각오해야만 한다. 결국 이도 저도 좋은 방안은 하나도 없다.
상담을 마친 필자는 A씨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세상만사가 모두 뜻대로 되지 않지만 결국 다 지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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