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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IMF후 최대 사업재편] "새 먹거리 확보해야 산다"… 우량 대기업도 상시·자발적 동참

삼성, 전자부문 수직계열화… 업황부진 중공업·화학 메스

현대차, 철강·건설 등 非자동차 계열 합쳐 시너지효과 노려

한화, 태양광 사업 집중 위해 드림파마·건자재 사업 매각

사업재편만으론 경쟁력 강화 한계… M&A도 적극 나서야



올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재계의 사업구조 개편, 구조조정 움직임은 경영위기 기업뿐 아니라 우량 대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외환위기 때와 차별화된다. 외환위기 때의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은 반강제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강했다면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낡은 성장엔진을 교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단기간에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상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물론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점은 공통적이다.

◇'합칠 건 합치고 팔 건 팔고' 새판 짜기 가속=대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사업은 키우고 부실한 사업은 축소하거나 보강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를 쪼개고 붙여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전자 부문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옛 제일모직을 쪼개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에 양도한 데 이어 올해 전자·재료 부문을 삼성SDI와 합쳤다. 삼성SDI는 오는 12월부터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을 중단하고 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리튬이온 2차전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공업·화학 부문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현대차그룹은 철강·건설·부품 등 비(非)자동차 부문 계열사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현대위아가 현대위스코·현대메티아를 흡수합병하기로 한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한화케미칼은 드림파마와 한화L&C 건자재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올 들어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포스코와 KT는 본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긴요한 사업구조 개편을 빠르게 진행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 통한 새 먹거리 확보 시급=이 같은 대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은 세계 경제회복 지연과 중국의 맹추격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계열사 간 합병과 비핵심 자산 매각만으로 글로벌 경쟁을 헤쳐나가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계열사 간 합병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경영 효율화와 함께 R&D와 인수합병(M&A) 강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을 제외하면 주요 기업들의 투자액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본·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에 비해 M&A에 소극적인 것도 여전하다. M&A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과 일본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각각 351억1,000만달러, 319억3,700만달러인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14억7,000만달러에 불과했다.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년간 M&A가 단 3건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이달에만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미국의 사물인터넷 기술업체인 스마트싱스와 공조 전문 유통사인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했다. 한화도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해 호주 업체인 엠피리얼사의 지분을 인수했고 두산 역시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연료전지 사업 강화 차원에서 미국의 클리어에지파워를 인수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은 경영 효율화 측면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수익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M&A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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