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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우발적 환율전쟁 발발하나

세계 중앙은행 앞다퉈 통화절하

경제성장 근본적 해결책 안돼

부양책 위험 인지, 중독서 벗어나야





금융위기 후 6년 반이 지난 지금 신흥국과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하나같이 전례 없고 예측 불가능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이례적인 행보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호주·인도·멕시코 등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으며 덴마크 역시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국가에서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금리 인하를 넘어서 스위스는 갑작스럽게 유로·스위스프랑 페그제 폐지를 결정했으며 며칠 후 싱가포르도 변동환율 기울기를 바꾸며 대열에 동참했다. 무엇보다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ECB는 통화부양책이 성장을 지속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금융시장에 과도한 위험부담을 초래함으로써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결과적으로는 경기 안정과 번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행동에 나섰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금리 인상 문제에 있어서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은 경제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를 반영한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규모의 통화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잠재력을 한참 밑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그 잠재성장 능력도 위축될 위험에 놓여 있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소비 약화와 부각되는 부채 문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소비 위축과 높은 부채가 유일한 문제라면 최근의 통화부양책은 분석적으로 맞는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문제들은 대개 해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 홀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선 중앙은행들은 건강하고 지속적인 회복을 돕는 구조적인 요인들-예를 들면 인프라 투자, 노동시장 개혁, 성장 친화적 예산개혁-을 일으키지 못한다. 또한 중앙은행은 총수요 불균형(가계·기업·정부 간 소비 능력과 의지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새로운 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과도한 부채를 없앨 수도 없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이 경제성장,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금융 안정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앙은행들은 제로섬 게임의 암묵적인 환율전쟁을 조장하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결코 이상적이지 않은 정책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연준을 제외한 모든 중앙은행들은 통화가치 절상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나머지 환율을 방치하지 못한다. 실제로 점점 더 많은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약세로 이끌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3대 경제-유로존, 일본, 미국-간 통화정책과 경제실적의 차이(divergence)는 그 외의 국가들에 큰 혼란을 주는 또 다른 요소다. 특히 작고 개방된 국가들은 눈에 띄는 영향을 받았다. 싱가포르와 스위스의 깜짝 통화정책은 이들 간 차이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었고 덴마크의 국채발행 중단도 금리를 낮춰 크로네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물론 모든 통화가 동시에 절하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지금의 통화 절하 노력에서 두 가지 조건이 유지되는 한 한동안 지속될 수는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은 미국이 달러 강세를 계속 용인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강달러로 수익에 타격을 받는 상황인데다 관광객 감소와 무역수지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보장할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이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속도를 유지한다면 한동안 정치적 대응을 촉발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복잡한 무역 관계로 인해-가계와 기업 양측 간 수요공급 균형을 맞춰주는-무역보호주의가 중요한 정치적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화 절하를 유지하게 하는 두 번째 조건은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되지 않는 절하 움직임을 금융시장이 기꺼이 용인하고 위험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점점 더 큰 재정적인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인지한다면 중앙은행들이 성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든, 결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이러한 통화정책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그리고 환율 전쟁으로의 돌입이 통화정책 포기 시점을 가속화 할지 여부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 전 핌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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