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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시프트] <4부> 청년 일자리가 복지다

학력 거품 없애고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육성 서둘러야<br>①고용 시스템 갖추자

취업준비생·대학생 등이 최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촉구하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체감실업률 22% 넘지만 대기업·공기업 선호 탓에 中企는 상대적 구인난, 고용 불균형 갈수록 심화


성장잠재력 큰 中企대상 정책·금융지원 대폭 늘려 매력있는 일자리 조성을


지난 2010년 7월15일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제럴드 R 포드 국제공항. 현지에서는 비교적 촌동네라고 할 만한 이곳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착륙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근지역에서 열리는 LG화학 자회사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를 탄 것이다.

세계적 정치지도자가 외국계 기업이 짓는 시골 공장에까지 발걸음을 옮긴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대한의 고용을 추구한다(pursuit of maximum employment)'는 방침을 3대 사명(mission)의 가장 앞머리에 명시했다. 이는 심지어 '물가안정'보다 앞 항목으로 표기돼 있다.

고용을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뒤늦게 자본주의 진영으로 합류한 러시아에서조차 실질적 권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현지의 카멘카 지역에 건립된 현대자동차의 자동차생산공장(HMMR) 준공식 행사에 방문해 격려했을 정도다.

지금 전세계는 자본주의 선진국과 후발국을 막론하고 고용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지구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곳곳에서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실업 증가는 정부의 복지지출을 증가시켜 나라의 살림살이를 악화시키고 이것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펼칠 여력을 빼앗아 다시 경기둔화와 실업 증가를 촉발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 경기흐름에 민감하게 노출된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일자리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 갓 취업 전선에 나선 청년층의 고용난이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조사에서 20대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무려 22.1%에 달한다며 충격적 분석 결과를 제시한 것은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10만1,000명에 달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청년실업자 규모(40만명)을 크게 상회한다. 더 큰 문제는 사실상의 실업자와 체감실업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의 체감실업률은 지난 2003년 17.7%였으나 지난해까지 8년 새 4.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같은 정부의 공식 실업률 통계가 0.3%포인트 하락(8.0%→7.7%)한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사실상의 취업자 수도 같은 기간 11만1,000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단순히 재정 지원에만 의존하는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고용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자리를 만드는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용 창출형 복지시스템이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 문제의 배경"이라며 "정부가 고용 안정성과 실업자의 재취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관련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기업과 취업희망자 간 눈높이 격차에 따른 '고용 미스매치'현상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는 데도 견해가 일치한다.

고학력화된 오늘날의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반면 해당 부문에서의 고용 증가는 업무자동화와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공기업 부채 가중 등으로 한계를 맞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다.

이 같은 고용 미스매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학력 거품' 해소를 위해 정부와 교육 당국이 과도한 대학 진학률 거품을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학생들이 중고교 재학 시절부터 중소기업 등의 현장에서 경험과 기술을 익혀 취업현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로 준비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작업도 한층 가속화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의 성장 비전을 높여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영란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지원을 받아 단순히 현상 유지에 그치지 않도록 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대출만 할 것이 아니라 투자도 함께 늘리기 위해 투ㆍ융자 복합금융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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