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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창업교육도 더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고영하(62·사진)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지난해 5월 정부가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대책을 발표한 후 1년을 맞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창업 초기 자금문제를 다행히 잘 해결했지만 여전히 똑똑한 인재들은 창업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창업초기펀드, 엔젤매칭펀드, 기술인력 창업지원 등을 통해 창업생태계의 초기 자금을 효율적으로 지원했지만 지난해 벤처업계 수출액이 두자릿수대의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 경쟁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재들의 창업이 부족한 현실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대책 발표에서 방점을 찍었던 '융자 탈피 투자 중심의 창업환경 육성'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출했다. 투자 중심의 환경만 구축되면 유능한 인재들도 공기업과 대기업이 아닌 창업에 보다 많이 뛰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현 상황에서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해결책은 엔젤투자 확대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국처럼 엔젤투자를 통해 창업을 하면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자는커녕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재기할 수 있는 재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현재는 벤처인증기업에만 소득공제 혜택이 있지만 사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벤처인증기업 제도는 없다"며 "벤처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엔젤투자자가 진행하는 모든 투자에 대해 소득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그는 소득공제 혜택 100% 구간을 현행 투자액의 1,5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고 5,000만원 초과 투자에 대해서는 50%의 소득공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1,500만원 이하는 100%, 1,500만원 초과~5,000만원은 50%, 5,000만원 초과는 30%의 혜택을 주고 있다.
고 회장은 창업과 기업가정신 교육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라고 언급했다. 고 회장은 "어린 시절 창업 관련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20%가 나중에 창업에 나선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정작 정부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이 갈수록 필요해지는 만큼 유년시절부터 프로그램을 짜는 교육을 시키는 미국과 영국처럼 우리도 정보통신기술(ICT) 교육 등에 적극 나서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부각되는 자금회수시장의 활성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코넥스시장 실패에서 보듯이 사실 정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다"며 "구글이나 애플·페이스북·아이비엠·시스코 등이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회수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회사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듯이 한국의 대기업도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거래소를 도입하면 자금회수시장 생태계 조성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고 회장은 지난해 정부가 수요자 중심의 창업 맞춤형 정책을 표방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수요자 중심적이지 않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창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주요 대학 등에서 창업센터장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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