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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역사와 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예술, 특히 미술에는 동시대가 안고 있는 고민과 아픔, 그리고 상처가 고스란히 담기기 마련이다. 한국전쟁 휴전 60주년을 맞아 '정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전시가 휴전일 27일을 전후해 다채롭게 펼쳐진다. 북한에서 불과 10㎞ 떨어진 우리나라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서 27일 당일 대규모 전시가 열리는가 하면 서울에서도 크고 작은 정전기념 전시가 잇따라 열려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백령도-52만5,600시간과의 인터뷰=인천아트플랫폼은 27일 제3회 인천평화미술프로젝트 '백령도-525,600시간과의 인터뷰'를 연다. 1차로 27일부터 8월7일까지 백령도 곳곳에서 전시가 진행되며 이후 인천으로 장소를 옮겨 8월14일부터 10월6일까지 아트플랫폼과 트라이볼 등에서 작품을 공개한다. 특히 인천 전시에서는 아트플랫폼과 정전60년 특별국제교류전으로 추진된 런던의 '어느 노병의 이야기'전에 출품됐던 윤석남ㆍ이이남ㆍ김태은 작가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52만 5,600시간'은 백령도 주민이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정전 60년을 의미하며 60여명의 작가가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재일교포 3세인 김수미 작가는 백령도의 철조망에 어린이들과 만든 헝겊 장미꽃을 묶는 '로즈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대한민국 화단을 대표하는 이종구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적인 정치적 희생자인 죽산 조봉암 선생의 이미지 위에 서해의 북방한계선(NLL)을 중첩시켜 현재 진행 중인 분단 상황을 부각시킨다.
◇기억ㆍ재현, 서용선과 6ㆍ25=역사화가 서용선 화백의 특별전 '기억ㆍ재현: 서용선과 6ㆍ25'가 고려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다음달 25일까지 열린다. 역사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는 6ㆍ25를 중심으로 우리 현대사의 굴곡진 사건들을 재현하는 회화ㆍ드로잉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한국전쟁을 다룬 개인전은 드문 만큼 주목을 끈다. 포츠담회의, 빨치산, 김일성과 박헌영, 거창사건 등 한국전쟁과 근현대사에 깊은 상흔을 남긴 역사적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다음달 14일까지 열리는 서울 신문로 일주&선화갤러리의 김혜련ㆍ전준호의 2인전은 간접 화법으로 분단을 얘기한다. '끝나지 않은 전쟁, 60년'을 주제로 두 40대 작가는 과거이면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역사의 상흔을 회화와 영상작업으로 보여준다. 김혜련씨는 16점의 회화로 구성된 신작 '동쪽의 나무'를 발표했다. 독도와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풍경화를 자세히 보면 남북을 가로지른 철책선이 담겨 있다. 전준호씨는 전쟁기념관의 조형물인 서로 얼싸안은 국군과 인민군 형제의 조각상을 모티브로 디지털 애니메이션 '형제의 상'을 선보였다. 분리된 채 춤추는 형제의 모습이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일깨운다.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정전 60주년을 맞아 특별전 '휴전 그리고 대한민국 60년'을 연다. 지난해 12월 박물관 개관 이후 첫 번째로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23일부터 9월1일까지 박물관 야외 마당과 역사가로에서 연다. 6ㆍ25 전쟁과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년간의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3개 코너에 사진 120여점과 영상물 60여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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