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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손」의 실종/정경부 김상석 기자(기자의 눈)

근대경제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애덤 스미스는 그의 역작 「국부론」에서 시장경제 체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바로 가격기능인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지적했다.수요와 공급의 상반된 힘에 따라 움직이는 가격이라는 변수가 자연스럽게 시장을 균형에 이르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지를 토대로 애덤 스미스는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는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 즉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보이는 손」으로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한보사태 이후 연이어 터진 대형 기업들의 부실화 문제로 국가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요즘, 각계에서 「보이는 손」으로서 정부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경제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할 스스로의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시장주의자를 자처한 강경식 부총리겸 재경원장관 등 현 경제팀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보이는 손」으로서의 기능을 적절히 수행치 못한 채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 경제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이미 사라져버린 「보이지 않는 손」에만 시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기아사태만 해도 그렇다. 한보, 삼미, 진로, 대농 등 잇단 대형 부도사건들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상황에서 재계 서열 8위의 기아가 이지경까지 이르렀음에도 강부총리는 여전히 기아와 채권단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 그동안 금융시장은 거의 빈사상태에 이르고 있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서로 믿지 못하며 한국경제의 위상은 국제무대에서도 마구 추락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말이다. 향후 기아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누구도 예단키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시장원리와 무관하게 각 경제주체들이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상황이 된 것은 그 자체가 바로 「보이는 손」의 실종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국민경제를 볼모로 정부와 채권단에 도박같은 승부를 거는 이번 상황도 거슬러 따져보면 대기업정책의 왜곡이 낳은 자업자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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