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사교육비 규모가 20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근소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의 사교육비 실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난 2000년대 이후 사교육비 총액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든데다 '공교육의 학원화'라는 비판을 받는 방과후학교 비용이 제외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15일 전국 1,012개 초ㆍ중ㆍ고 학부모 4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약 20조9,000억원으로 전년 21조6,000억원에 비해 7,541억원(3.5%) 감소했다. 그러나 감소액 7,541억원 가운데 대부분인 5,891억원은 학생 수 감소 효과에 따른 것이어서 실질적인 감소분은 1,65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학생 수는 전년 대비 21만명가량 줄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으로 2,000원 감소했으며 특히 중학생의 사교육비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는 24만5,400원에서 24만5,200원, 중학교는 26만원에서 25만5,000원, 일반고는 26만9,000원에서 26만5,000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특성화고는 6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늘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취업 위주의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늘어난 것은 지금까지의 특성화고 정책이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선취업 후진학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취업자 입영 연기, 취업기능강화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방과후학교 지출비용은 2008년 1만1,000원에서 2009년 1만3,000원, 지난해 1만4,000원으로 늘었다. 월평균 사교육비 감소분과 방과후학교 지출비용 증가분을 감안하면 학부모들은 1,000원을 덜 지출한 셈이다. 교과목별로는 영어(8만원)는 전년과 동일했고 수학(6만7,000원→6만8,000원)은 증가했다. 국어(2만2,000원→2만1,000원)와 사회·과학(1만6,000원→1만4,000원) 등은 감소했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진학에 필수적인 영어ㆍ수학에 대한 사교육비는 여전히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교과부는 중학생 중에서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각각 11.3%와 7.2% 감소했다며 자기주도학습 전형 도입, 고교 유형 다향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사교육비 통계를 집계하면서 경제위기, IMF 위기 이외에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교육비 증가세가 꺾이고 줄어들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과거에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싶어도 사교육이 워낙 빠르게 팽창해 사교육 팽창과 공교육 약화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 공교육 강화의 여건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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