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전만 해도 분양대행사에서 동춘동 일대를 돌면서 3.3㎡당 900만원 중반대에 분양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광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전 청약을 받아보니 분위기가 좋아서 갑자기 3.3㎡당 분양가를 100만원 이상 올려 1,050만원으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100% 미분양이 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4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일대에서 만난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근 총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비싸 논란이 일고 있는 서해그랑블 분양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서해종합건설이 동춘동 동춘2구역 도시개발사업 1-2, 3블록에 짓는 연수 서해그랑블은 지난 3일 3.3㎡당 분양가를 1,050만원으로 확정하고 공고를 냈다. 서해그랑블은 △전용면적 70㎡ 461가구 △84㎡ 557가구 △105㎡ 25가구 총 1,04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용면적별 총 분양가는 70㎡가 3억600만원대, 84㎡가 3억1,400만~3억6,500만원, 105㎡가 3억6,900만원대다.
이는 주변 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춘동 일대는 지난 2000년 이후 신규 분양된 아파트가 없어 적정한 시세를 판단하려면 근처 비슷한 규모의 기존 아파트 매매가와 비교해야 한다. 동춘동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해그랑블 바로 옆에 위치한 건영아파트는 전용면적 86㎡의 가격이 2억2,300만원, 99㎡는 2억5,000만원이다. 대우삼환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15㎡의 매매가가 2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비슷한 규모의 인근 아파트와 비교할 경우 서해그랑블의 3.3㎡당 분양가는 200만~3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총 분양가도 전용면적이 적은 70㎡가 바로 옆 86㎡의 건영아파트보다 8,000만원 정도 비싸며 비슷한 규모의 서해그랑블 105㎡와 건영아파트 99㎡를 비교해도 서해그랑블이 1억원 이상 비싸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건영아파트의 경우 실제로는 3.3㎡당 75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며 "3월 초에 분양대행사에서 방문했을 때 3.3㎡당 분양가를 900만원 이하나 900만원 초반대로 해야 성공한다고 얘기해줬는데 사전 청약을 받고 나서 욕심이 커진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춘동보다 입지가 나은 송도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1,050만원 하는 곳도 있다"며 "서해그랑블의 분양가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당초 3.3㎡당 분양가가 900만원 중반대였는데 한 달 만에 1,050만원으로 올리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도하게 높은 분양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동춘동 근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부 미분양이 나더라도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미분양이 발생하면 건설사는 다시 미분양 물량을 싸게 내놓을 것이고 이로 인해 높은 가격에 분양을 받은 소비자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해그랑블이 들어서는 동춘동 일대는 교통·생활편의시설 등 입지적으로도 크게 유리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철 동춘역에서 서해그랑블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걸리며 마을버스 등 교통시설도 많지 않아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동춘역에서 서해그랑블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차가 없는 사람들은 불편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