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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체크박스가 열쇠

'근저당 설정비' 엇갈린 판결<br>비용부담 표시 없을땐 "은행이 선택권 안줘" 판단<br>법원, 대출자 손 들어줘


대출자들이 주택 등을 담보로 은행 대출 받을 때 내는 근저당 설정비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은행이 승소하고 있지만 법원이 간혹 대출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해 판결이 나올 때마다 대출자ㆍ은행 모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총 6건의 소송에서 은행이 4번, 대출자가 2번 이겼다. 지난해 9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이모씨가 복사골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출자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20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출자 장모씨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은행이 75만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다수의 대출자가 모여 낸 집단소송의 경우는 은행이 완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만해도 서울중앙지법은 대출자 총 210여명이 신한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루 사이에도 대출자와 은행의 승패 희비가 엇갈리는 하는 것이다.

정반대의 판결을 결정짓는 핵심 원인으로 근저당 설정비 부담에 대해 대출자와 은행 사이에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꼽을 수 있다. 계약서상 근저당 설정비와 감정평가수수료 등 비용 부담에 대해 대출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는지, 따라서 이를 대출자와 은행의 개별약정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대출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다고 본 재판부는 은행의 손을 들어줬고 선택권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은행이 부당하게 대출자에게 비용 부담 의무를 지웠다'는 취지로 대출자가 승소했다.

문제는 선택권의 유무를 판가름할 증거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대출자나 은행 모두 몇 년이나 지난 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소송을 거는 대출자나 은행, 재판부 모두 선택권 유무 여부를 따져볼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 것이다. 계약 내용이 은행 전산자료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은행 측이 자료를 성실히 내지 않아 몇 천명의 계약 자료를 꼼꼼히 보기 위해 몇몇 재판부는 대학 전산팀을 동원해 감정에 나서기도 했다.



대출자 1명이 소송을 걸 때와 집단으로 소를 제기했을 때 판결이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20일 시중은행 상대 소송 첫 승소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부 판사는 "(근저당 설정비 등) 제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표시하는 부담주체란(계약서 체크박스)에 아무 수기 표시가 없다"며 "은행과 대출자 사이에 개별 협상한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출자를 대리한 이양구 법무법인 태산 변호사는 "원고 1명의 단독 건이기 때문에 계약서 증거로 제출해 꼼꼼히 살펴본 것이 승패를 갈랐다"고 설명했다. 근저당 설정비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다른 변호사는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재판부는 '비용 부담 선택권을 대출자에게 줬다'는 은행 측 입장을 받아들여 원론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출자 선택권 유무 여부가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지는 만큼 대출자가 갖고 있는 계약서가 소송의 흐름을 바꿀 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양구 변호사는 "현재 대리하고 있는 대출자 8,000명 중 1,900여명 가량이 계약서를 갖고 있는데, 70% 가량은 계약서 부담주체란에 체크가 안돼 있었다"며 "이 점이 입증되면 집단소송에서도 대출자 승소 판결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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