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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젠 '결과의 평등' 모색할 때

■ 불평등을 넘어 (앳킨스 지음, 글항아리 펴냄)

'기회의 평등' 통념 벗어나 부의 재분배 제대로 이뤄야

적극적 제도개입이 해법… 변화 위해 유권자 행동 필요

50년간 불평등 문제 천착해온 노학자 통찰력 돋보여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이제 무르익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다. 더 이상 1%와 99%가 차지하는 자산의 비중 따위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누군가는 삶이 힘들어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하는데 다른 누군가는 1억 7,937만 달러(약 1,968억원)짜리 피카소 그림을 척척 산다. 21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4개 회원국의 빈부격차가 사상 최대로 커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더불어 부와 빈곤은 그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아래 세대로 고스란히 이전돼 고착화하고 있다. 부는 더 많은 부를 낳고 가난은 더 극심한 가난으로 변화는 사회가 된 것이다.

지난 50년간 불평등 문제에 깊이 천착해 온 71세의 노학자 앤서니 앳킨스가 이 절망적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스물 세 번째 저서 '불평등을 넘어 :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펴냈다. 무엇을 불평등이라고 여겨야 하는지, 지금의 불평등은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지난 100년에 걸쳐 불평등의 양상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무엇보다 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들을 담았다.

우선 저자는 '기회의 평등'만 지켜지면 된다는 기존의 통념을 넘어 '결과의 평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 결과의 불평등은 다음 세대가 가질 기회의 불평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면, 부의 재분배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저자는 적극적인 제도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도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제안하는 일련의 조치와 정책들에 대한 설명과 설득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일련의 조치들이란 △모든 성인에게 최소한의 상속(기초자본)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일 인당 보유 한도를 둔 국민저축채권을 통해 저축에 대한 플러스 실질금리를 보장해야 한다 △개인 소득세에 대해 더 누진적인 세율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시세로 평가된 부동산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누진적 재산세를 시행해야 한다 △부자나라들은 공적개발원조 목표를 국민총소득의 1%로 올려야 한다는 등 15가지에 이른다. 조세를 통한 재분배의 중요성을 간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조세 정책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는다. 임금·고용·최저생활 보장·공정한 상속과 증여·사회보험의 구축 등 상호의존적인 조치들이 함께 작동할 때 불평등의 수준이 지금보다 낮은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려 깊은 노학자는 이 제안들에 대한 비판, 이를테면 "지은이는 재정 적자를 잊어버렸단 말인가"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는 불평까지 앞당겨 논파한다. 저자는 이 비판에 대해 "경제와 정책을 논할 때 '누가 얻고 누가 잃는가'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조세-급여 모형'을 구축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볼 수 있는데, 대안이 없거나 한 가지 정답만이 존재하는 양 구는 것은 어리석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행동하려는 욕구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정치적 리더십은 물론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고착화한 부에 절망과 무기력을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변화의 의지를 키워가길 바라본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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