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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학생들의 요청으로 강단에 섰다. 졸업생 전체를 대상으로 그의 철학과 노하우를 들려주는 '인생경영학 특강'이었다. 2009년 가을부터 암으로 투병 중이라 머리숱이 거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단에 섰다. 이 연설은 하버드대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으며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실렸다.
'혁신기업의 딜레마'로 경영학 분야의 전설적인 구루로 꼽히는 저자가 그동안 연구와 강의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한 대표적인 경영학 이론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사회생활, 행복한 가정, 참된 삶에 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경영학특강을 집대성한 저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서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하게 해 주는 것, 바로 이것이 '이론의 가치'이며 이론은 인간사의 근본적인 인과관계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혼다, 델컴퓨터, 이케아, 베어링스 은행 등 지금까지 경영학 이론의 중요한 사례들을 통해 오랜 세월 연구되고 검증된 이론이 기업의 흥망성쇠는 물론 인간의 길흉화복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경영학의 대가답게 우리 인생의 일, 가정, 관계 영역에 각종 이론을 능숙하게 대입한다. 그는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서는 '인센티브 이론과 동기 이론'을 통해 일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히 하고, '의도적 전략'을 실천해가면서 우연히 찾아오는 창발적(創發的) 전략이라는 기회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혼다의 경우를 예로 들면 1960년대 미국시장에 진출한 혼다는 할리 데이비슨에 맞선 대형 오토바이를 판매하려는 의도적 전략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혼다는 가난한 사람이 타는 오토바이 브랜드로 인식돼 고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사업부는 제품이 남아돌자 직원들에게 이 오토바이를 타고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어느 토요일 혼다 직원 중 한 사람이 로스앤젤레스 서쪽 언덕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거기에 다른 직원들도 합세했다. 이를 본 사람들이 이 오토바이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왔고 결국 유통체인 시어즈를 통해 판매가 시작됐다. 혼다의 사례는 계획이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의 도구는 무엇일까. 저자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기회가 성공하면서 스스로도 즐길 수 있게 되려면 사실로 판명되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따져보라고 권한다. 그걸 검증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일상 저 너머에 있는 인생의 본질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시간, 돈, 에너지를 적절하게 투자하는 '자원 할당'을 현명하게 하는 한편 의식적으로 인생의 장기적인 활동에 자원을 더 배분해야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저자는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급급하다가 결국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사례로 233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의 파산 사건을 꼽았다. 26살의 트레이더가 감시가 거의 없는 거래 계좌에서 손실을 감추는 식으로 잘못을 은폐했다가 자신의 직장을 파산시키고 본인은 감옥에 가야 하는 신세가 됐던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또 '고객의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알아내고 그 일에 맞는 제품으로 성공한 가구업체 이케아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헌신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힌트라고도 조언한다.
저자는 '참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각자 다르지만 우리의 최종 목표는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해서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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