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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데이터인데… 청와대·여당·야당 '아전인수 주장'

靑 '1,700조 세폭탄' 기금소진후 세금으로 충당 때 가정

與 "급여 지출액 2083년까지 1669조 들어 2배 올려야"

野 "연금고갈시점 2060년으로 두면 1%P인상으로 충분"


청와대와 정부, 여당과 야당이 국민연금 개혁방안과 관련해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각기 다른 '아전인수' 격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맞물려 수술대에 올려진 국민연금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해나가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10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 1,702조원의 세금폭탄이 생긴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처형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이 홍보수석 등을 통해 통계를 조작하고 극단적인 허위 수치를 제시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이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굳이 이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청와대와 정부·여당, 야당이 공무원연금개혁 합의안 부칙 별지에 적시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시 필요한 추가 재원을 놓고 2013년 재정추계자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서로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청와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미래세대가 앞으로 65년간 추가로 1,702조원의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56년 기금이 소진된 뒤 2080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돈이다. 청와대의 주장은 이 금액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당장 내년에만 34조5,000억원이 더 필요해 가입자 1인당 209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도 청와대의 '무리수'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34조5,000억원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6.69%로 올린다는 가정 하에 나온 수치다. 청와대가 현재 2060년으로 예정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100년 이후로 늘려 올려잡은 보험료율(16.69%)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60%를 차지하는 직장가입자는 사용자분을 제외한 104만5,000원만 내면 된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려면 연금 급여 지출액이 2065년까지 664조원, 2083년까지 1,669조원 더 들게 되고 이를 위해서는 현행 보험료율(9%)을 두 배 수준(16.69~18.85%)으로 올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공통점은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시 필요한 재원과 보험료율 산정할 때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100년 이후로 늘려 잡았다는 점이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16.69~18.85%로 인상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차이점은 청와대가 제시한 필요 재원은 2015년 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고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금액은 2010년 물가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라는 점이다. 물가가 매년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책정 시점을 늦출수록 금액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야당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그대로 둔 채 50% 소득대체율 달성을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 인상분이다. '보험료율 1.01%포인트 인상이면 소득대체율 50% 가능'이라는 주장은 이 같은 계산을 바탕으로 한다. 문제는 야당 안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일 경우 어찌 됐든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저소득층의 경우 인상된 보험료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득을 더 보장해주기 위해 올린 소득대체율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와 달리 전적으로 보험료를 본인이 부담하는 만큼 보험료가 오르면 부담도 훨씬 커지게 된다는 점을 간과했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이들 양측의 주장이 이렇게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은 자신들에 필요한 데이터만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입맛에 맞는 어휘만을 골라 표현한 데 따른 결과다. 추가로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도 청와대, 정부와 여당, 야당은 표현을 달리하고 있다. 청와대는 '세금', 정부와 여당은 '추가 연금 급여 지출액', 야당은 '국민이 추가로 받게 되는 연금액'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정확한 준거 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내놓다 보니 국민들의 생각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직장인 오모(45)씨는 "소득대체율 인상이라는 게 결국은 연금을 더 준다는 얘기 아니냐"며 "국민연금 이상의 금융상품이 없다는데 더 내고 더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을 9년째 납부하고 있는 직장인 이진호(35)씨는 "매달 생활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국민연금액을 보면 안 내고 안 받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며 "기금이 소진된다는데 과연 내가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미래세대의 추가 보험료 부담은 관점에 따라 세대 간 도적질이 될 수도 있고 세대 간 연대가 될 수도 있다"며 "편향된 관점으로 자기 말만 해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만큼 후세대의 부담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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