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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순환출자 금지의 풍선효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3호 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7월12일에는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등 15인이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3년 유예기간 이후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를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여야 모두 순환출자 문제가 재벌개혁의 핵심 요소임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여야 정치권의 이 같은 순환출자 규제 입법 움직임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질 것" "순환출자 구조는 선진국 유수 기업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발했다. 출자규제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낡은 축음기처럼 하는 말이 투자 위축이다.

종자회사 통한 지배권 승계 어려워져

그러나 출자와 투자는 별개의 개념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재벌 계열사 A가 계열사 B에 출자한다는 것은 가용자금을 자사(A) 투자에 사용하는 대신 계열사 B의 주식을 취득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A는 투자 대신 계열사 출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출자를 통해 피출자회사의 투자가 증가할 것인가. 계열사 A가 피출자회사 B의 기존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출자는 계열사 B의 자금흐름 및 투자와 무관하다. 만약 피출자회사 B가 발행한 신주를 계열사 A가 취득했다면 계열사 B는 증자된 자금을 이용해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재벌 계열사 간 출자에서 피출자회사가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재벌 계열사 간의 출자는 총수일가의 지배권 승계ㆍ강화나 가공자본을 이용한 경제력 집중을 위해 남용되는 게 대부분이다.

재벌 문제는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권 승계와 이러한 불법ㆍ편법적 승계가 용인되도록 만드는 경제력 집중의 문제다. 재벌의 지배권 승계와 강화는 불법ㆍ편법적 방법으로 종자돈 및 종자기업 만들기,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한 출자구조의 자의적 변경을 통해 이뤄져 왔다.



삼성그룹의 3세로의 승계 과정에서 종자회사인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3세들에게 몰아줘 최대주주가 된 후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졌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이런 방식의 지배권 승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법적 장치다.

그러나 신규 순환출자 금지만으로 불법ㆍ편법적 승계를 막을 수는 없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재벌들로 하여금 지주회사 제도로 전환하도록 유인할 것이다. 현행 지주회사 제도에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제외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하지만 지주회사 제도에 소속되지 않은 재벌 계열사는 지주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맹점을 갖고 있다.

지주회사 제도상 맹점도 개선해야

2007년 이후 지주회사 제도로 전환한 SK그룹의 경우 ㈜SK가 지주회사이나 SK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종자기업인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지주회사 제도에서도 여전히 불법ㆍ편법적 수단으로 종자기업 만들기와 종자기업을 통해 지주회사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방법으로 재벌의 지배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지주회사 제도의 맹점을 이용하게 만드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 지주회사 제도를 이용한 편법적 승계를 막으려면 반드시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벌개혁은 "불법ㆍ편법적 방법으로 종자돈 및 종자기업 만들기,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한 출자구조 변경을 통해 기업집단의 지배권을 승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재벌 총수일가에게 분명히 전달할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루프홀(loopholeㆍ법률ㆍ계약서 등의 허술한 구멍)을 메우지 못한 정책은 재벌 총수일가의 반(反)시장경제적 사익 추구에 불편만을 더할 뿐이지 재벌 문제의 근본을 치유하지는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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