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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아키하바라와 용산전자상가-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대표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는 일본 오타쿠 문화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1,000개가 넘는 상점에서 프라모델과 피겨 등 마니아 취향의 상품과 각종 신기한 전자제품을 판다. 온갖 색채로 치장된 간판과 캐릭터로 뒤덮인 건물이 1㎞가 넘는 거리를 따라 이어져 있어 상가 자체만으로도 장관이다.

아키하바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코스프레 의상, 메이드 카페 등 일본 문화의 독특함과 다양성이 혼재돼 있어 외부인들에게는 별천지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종류만 해도 수십만은 족히 될 법한 엄청난 양의 키덜트 상품들이 압권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아이파크몰 키덜트 편집숍도 면적이 백화점 1개층을 사용하는 정도에 불과하니 일본 캐릭터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아키하바라도 지난 20여년간 큰 부침을 겪었다. 1990년대 초 대형 가전전문점의 등장과 버블 경제의 붕괴로 위기를 맞았으나 만화와 게임 등 문화 콘텐츠들이 전자상가를 대체하며 이내 활력을 되찾았다. 아키하바라에서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커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 관광버스에서 줄지어 내려 싹쓸이하듯 물건을 사가는 풍경이 흡사 우리의 명동과 유사하다. 비데와 밥솥 같은 인기 상품은 유커들의 사재기로 재고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 전자제품 체인점은 중국 관광객 특별 할인 팸플릿을 내걸고 오전 시간에는 아예 유커만 입장시키는 등 상점들도 중국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단위 재개발이 아닌 '내적 콘텐츠'의 혁신만으로 부활한 사례라는 점에서 아키하바라에 넘치는 새로운 활기는 더욱 의미가 깊다.



'과거의 영광'으로 치면 우리 용산 전자상가도 이에 못지않았다. 용산구 원효로 일대의 나진과 선인, 원효상가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현금 다발에 파묻혀 이곳 은행 지점의 직원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돈을 세어야 했다. 일반 소비자들 역시 용산 전자상가를 최신 전자제품을 가장 빠르게,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여겼다. 그리고 용산에서 전자제품을 만들어 팔던 대학생들은 이제 어엿한 엔지니어와 벤처창업가·교수가 됐다.

하지만 용산 전자상가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대체재(代替財)'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급격히 쇠퇴한 채 잃어버린 10년여의 세월을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용산의 주변 환경이 전자상가가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썰렁했던 터미널상가는 1,700여 객실의 최신 비즈니스호텔 단지로 다시 태어나며 용산역 일대도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미사일 빼고 다 만든다"는 자신감과 다양성. 그것이 용산이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이제는 미사일이 아니라 '문화의 핵(核)'을 만들어야 한다. 용산의 비상은 전자상가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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