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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등록되는 디자인과 강한 디자인-최동규 특허청장


필자가 특허청 심사관 시절 지금은 디자인으로 이름이 바뀐 의장을 심사한 적이 있다. 1995년 당시만 해도 한 해에 출원되는 디자인 건수는 2만9,000여건이었는데 지금은 6만5,000건이니 20여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양적 팽창이 이뤄졌지만 디자인 심사의 기본 방향이 크게 바뀐 것은 없어 보인다. '같거나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 이전에 있었는지'와 '널리 알려진 형상과 모양을 본떠 만들었는지' 등을 보는 유사성과 창작성 판단이 주요 잣대다.

심사관의 심사를 통과해 디자인권을 확보하면 특허와 같이 최대 20년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디자인권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막으며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

디자인은 기술적인 면을 보는 특허와 달리 물품 외형의 미감(美感)을 보기 때문에 권리를 확보하기 쉬운 면이 있다. 종전과 다른 미감이 인정될 정도면 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디자인 심사의 잣대는 출원인이나 업계 종사자에게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디자인의 참신성이나 해당 물품의 시장 실상에 따라 권리를 등록받을 수 있을지와 권리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원인은 디자인 심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전에 비슷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 디자인이라면 비교적 넓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이슨사의 선풍기 헤드 모양이 예가 될 수 있다. 기존 선풍기에서는 헤드에 날개가 없고 가운데가 뚫려 있는 둥근 테 모양 디자인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온 지 오래된 물품이고 비슷한 등록디자인이 많다면 등록됐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의 범위는 아주 좁다. 이 경우 단지 디자인권을 확보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젓가락이 출원됐는데 밑부분에 줄을 세 개 친 정도인데도 등록을 받았다면 별로 좋아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줄 쳐진 젓가락이 많은데도 등록해줬다면 줄을 두 개 친 것이나 네 개 친 젓가락에 대해 권리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심사관이 유사 판단의 범위를 아주 좁게 보고 조금만 달라도 등록 결정을 해준 것이고 이러한 심사관의 판단 기준은 이후 심판이나 권리침해소송 단계에도 일관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간혹 이러한 디자인 심사 방식과 관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제 줄 쳐진 젓가락은 다 내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소모적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필자는 20여년 전 심사관 시절의 초심으로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 전반의 심사 기준을 꼼꼼히 따져본 뒤 고객들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해 권리가 강한 좋은 디자인을 개발하도록 도울 것이다. 심사 단계 판단 기준이 심판과 소송 단계에도 유지되게 해 초지일관·수미상응의 건전한 디자인 권리가 시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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