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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19일] 180도 바뀐 윤장관의 '공무원 영혼론'

"그래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역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련했다. 지난 17일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송곳 같은 질문을 한마디 말로 넘기며 긴장감이 감돌던 기획재정위원회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해 말 고용장려세제가 세수만 축내고 효과는 없다고 비판할 때는 언제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부 정책으로 내놓느냐는 질책에 윤 장관은 "영혼이 없다"라는 말로 끝냈다. 더 이상 추가질문도 없었다. 한때 유행했던 허무개그처럼.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감면 연장에 대한 질문에도 윤 장관의 영혼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연장해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검토는 해보겠다"는 말로 답을 흐렸다.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는 듯 보이지만 윤 장관의 답변은 추가연장 없이 종료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정책이 왜 오락가락할까. 분명 조세감면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그렇게 강조하던 윤 장관이 국회만 가면 왜 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이리저리 흔들릴까. 답은 간단하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장려세제나 양도세 감면 연장 모두 효과는 물론 조세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경제팀 수장으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어려운 고용상황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쌓이는 미분양은 정치권, 특히 여당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떼쓰기로 달려드는 여당에 윤 장관이 마냥 버티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게 재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영혼이 없다'라는 말은 결국 갑자기 바뀔 수 있는 정책기조에 대한 사전예고인 셈이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2월25일. 윤 장관은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요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인 공무원들에게 '영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직업 공무원으로서 상당한 비애를 느낀다"며 "재정부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보루인 만큼 지금의 재정부 공무원들은 '영혼'을 가져도 좋다"고 힘줘 말했다. 1년이 지난 뒤 180도 바뀐 윤 장관의 '공무원 영혼론'이 몇 달 남지 않은 선거판에 정부정책이 휩쓸리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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