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생산성 세계최고 불구
해외시장 영향력은 아직 미흡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앞세워
발전·도로·항만·자원 개발 등
다양한 사업 시너지 창출할 것 "포스코의 국내사업이 마치 환한 대낮에 길을 걸어가는 거라면 해외사업은 앞이 깜깜한 밤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해외시장에 정통한 대우인터내셔널이 함께 손을 잡는다면 어두운 밤길도 쉽게 뚫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동희(62ㆍ사진)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은 "포스코가 생산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포스코그룹의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을 이끌어온 국내 대표 종합상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말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10년 가까이 주인 없는 회사로 독자 생존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라는 든든한 새 주인을 만나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스코그룹 편입 9개월째를 맞아 최근 서울 남대문로 대우인터내셔널 본사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 대우인터내셔널의 미래를 들어봤다. 그가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취임 이후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포스코에 30년 넘게 몸담아온 '포스코맨' 출신이지만 인터뷰 내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채권단 관리 아래 있던 지난 10년간 어려운 자금여건에도 미얀마 가스전을 비롯한 해외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킨 것을 감안하면 수십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라며 "더욱이 이제 포스코라는 안정적인 기업을 새 주인으로 맞은 만큼 누군가 향후 대우인터내셔널 주식가치에 대해 묻는다면 '무조건 사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적자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재산'인 종합상사의 특성에 비춰볼 때 대우인터내셔널의 국내외 직원들의 가치는 다른 어느 기업보다 뛰어나다는 것. 그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약 3조4,000억원에 샀는데 이 가운데 미얀마 프로젝트가 1조4,000억원, 교보생명 지분이 1조원,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의 가치가 1조원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중에서도 국내외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고 있는 1,000여명 직원들의 능력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는 모기업인 포스코와의 시너지 창출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포스코가 생산라인을 축으로 직원들이 함께 제품을 만드는 가로형태라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직원 개개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즈니스를 완성해내는 세로형태의 조직"이라며 "이 둘이 만나 가로와 세로가 촘촘하게 짜인 조직으로 진화한다면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융합은 해외 프로젝트 공동개발이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이 해외에서 진행 중인 44개 프로젝트와 관련해 그룹사끼리 다 함께 머리를 맞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해외 프로젝트가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룹 전체로 파급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발전ㆍ도로ㆍ항만ㆍ건설ㆍITㆍ자원개발 등 다양한 해외사업 분야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이 그룹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자원개발 사업에서도 포스코와의 시너지를 구상 중이다. 그는 "포스코는 철강제품의 주원료인 철광석 중심의 자원개발이 관건인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구리ㆍ알루미늄ㆍ주석 등 현금성 있는 자원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제철에 필요하지 않은 원료들이 생겨나게 마련인데 이것들을 대우인터내셔널이 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자원개발 사업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자원보유국들이 자체개발 기술 도입에 나서는 등 자원무기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원자재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보다 많은 투자를 통해 현재 전체 수익의 15% 수준에 불과한 자원개발 사업 비중을 향후 30~50% 수준까지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포스코와의 시너지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채권단 관리 아래 있던 지난 10여년간 단독비행을 해왔다면 이젠 포스코그룹으로 편입되면서 편대비행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대우인터내셔널에 와보니 기업문화가 자유분방하고 직원들 개개인마다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결집된 힘은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파트너들과 함께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서는 조직개편을 포함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가 부회장으로 온 뒤 대우인터내셔널은 영업 부문마다 기획 파트를 신설, 면밀한 시장분석을 통해 부문별 결집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러한 결정에는 기존 포스코그룹사들과 어우러지는 전략적 접근 없이는 보다 큰 경쟁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상사맨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현재 직원들의 자산가치는 자신이 받는 월급의 2배 수준인데 앞으로는 최소 3~4배 이상 벌어들일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며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과제"라고 덧붙였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24%) 매각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마도 향후 해외 프로젝트에 자금이 필요할 때 매각을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한번에 전량을 매각하기보다는 당장 급한 자금에 한해 먼저 팔고 나머지는 천천히 나눠서 팔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종합상사의 역할 변화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 1970~198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50%를 종합상사가 도맡았지만 지금은 불과 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제 우리도 일본 종합상사들처럼 기존의 트레이딩 업무 외에 자원개발을 포함한 각종 투자사업에서 수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향후 시장환경이 유망한 지역별ㆍ품목별 전략을 새로 발굴하는 동시에 대우인터내셔널을 자원개발에서부터 생산ㆍ유통ㆍ판매에 이르는 전과정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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