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의 배임죄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법리적인 논란뿐만 아니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판사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는 진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을 하다 보면 큰 성과를 얻기 위해 작은 성과를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작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주주 대부분은 이익을 봤지만 일부 주주가 손해 본 경우, 그룹 전체에는 이익이지만 특정 계열사는 손실을 본 경우, 주주는 이익이지만 채권자는 손실을 본 경우 등이 모두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인 상당수가 배임죄 위반 전력이 있다.
경영판단 원칙이란 미국에서 판례로 확립된 원칙이다. 신중하고 성실하게 경영상의 결정을 내렸으면 그 결정이 사후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나더라도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대선 정국의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서 기업인들의 법적 책임을 더 무겁게 묻는 법 개정안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배임죄는 미국뿐 아니라 독일ㆍ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구성요건이 광범위해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렇게 배임죄를 과도하게 적용하면 도전과 혁신이라는 '기업가 정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 분야의 투자도 부담스럽다. 투자기획ㆍ자금조달ㆍ실행ㆍ결과 등 곳곳이 배임죄 지뢰밭이기 때문이다. 경영판단 원칙을 일단 상법 규정에라도 도입한다면 형법상의 무리한 배임죄 적용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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