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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6월 9일] 미적 영향력은 곧 사유의 깊이

최영은(서울화랑큐레이터)

사람이 현실에 ‘갇혀’ 살다보면 내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여행을 떠나거나 우연히 명상집을 펼쳤을 때 문득 ‘갇혀’ 있었던 현실에서 빠져나와 내 프레임 자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오프닝에서 한국의 예술가 김아타씨가 만여장의 사진을 상공에서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리프트에 올라 어느 정도 높이에서 만여장의 사진을 아래로 뿌린 그는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는 한 인간의 일생이며 이를 짧은 시간에 함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욕망을 버리는 행위를 상징한 것으로 “이제 공(空)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만여장의 사진에는 현재 각 프레임 속 순간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모습이 존재한다. 그 순간의 환경ㆍ감정ㆍ분위기에 충실히 반응하며 기뻐하고 슬퍼하며 외로워하는 존재 자체의 한계가 느껴진다. 지금 이순간도 한장의 사진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모든 것에 조금 더 담담해져서 삶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사진을 버리는 행위는 과거의 감정이나 상처ㆍ기억ㆍ고정관념 등의 욕심을 버리는 행위에 비유된다. 그래서 공(空)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지금 손에 있는 사과를 놓아야 다른 과일을 집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의 영향력은 무궁무진하다. 관광수입을 비롯, 아트상품 및 이미지 증대효과 등으로 경제 문화적 이득은 수조원에 이른다. 그 근원에는 어떤 생산수단도 아닌 삶을 깊이 파고들어 남모르는 곳에서 생각하고 고민했던 사유의 깊이가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이는 철학자들이 책을 내고 종교가들이 강연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생각의 보석을 미적(美的)인 방식으로 전달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각자가 삶을 고뇌하는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에게 새로운 방향의 생각의 물꼬를 내주는 행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이 비단 예술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까. 생각이 변하면 가치관이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면 행동이 변한다. 이는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변화한다는 얘기다. 나의 사유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의 순간순간 개인적 생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실제 삶을 진행시키는 핸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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