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색이 주연이지만 영화 홍보전단지를 직접 배포합니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아요." 총 제작비 3,800만원. 촬영기간 17일. 주요 촬영지인 '약수터'가 위치한 서울 중랑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영화 '약수터 부르스'의 주연인 배건식(34)씨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신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31세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해 처음으로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은 작품이 26일 개봉했기 때문. 저예산 상업영화이기에 노개런티로 출연했지만 "이것도 연기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배씨는 한때 노래방ㆍ운동화빨래방ㆍ중국음식점 등을 운영하던 '사장님' 이었다. 그런 그가 늦은 나이에 연기의 길로 뛰어든 것은 사업의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돼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던 중 맡았던 '단역' 아르바이트 때문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던 어떤 순간보다 잠깐 연기하던 그때가 더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늦게 시작한 연기자 생활은 막막했다. 자신을 받아주는 기획사는 없었고 오디션은 번번이 떨어졌다. 출연료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어서 연기를 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다. 출연료는커녕 차비도 주지 않은 작품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배우 지망생들과 연기 스터디를 하고 수십편의 단편영화와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꿈을 키워갔다. 그는 "지금도 설거지와 잡부 아르바이트를 계속 하고 있다"며 "연기만 해도 먹고살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모든 사람을 연기로 속일 수 있는 '사기꾼'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