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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계, 제자리로 돌아와야
입력2005-08-09 16:36:18
수정
2005.08.09 16:36:18
박영범<한성대 교수·경제학>
지난 6월 발생한 한국노총 충북지부장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노정간의 갈등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공동투쟁본부를 설치하고 특수고용근로자의 노동3권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 폐기, 충북지부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및 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망한 충북지부장의 경우 보상금 문제 등이 유족들과 잘 합의돼 원만히 처리됐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사건이 비정규직 문제에서부터 파생됐다고 규정하고 노사정간의 이견으로 별 진전이 없었던 비정규직법을 노동측에 유리하도록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삼으려 하면서 현정부 노동정책의 최고사령탑인 노동부 장관의 퇴진 없이는 노정간의 대화는 물론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노동위원회를 포함한 70여개의 정부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그간 참여해왔던 노사정위원회를 7월 7일 탈퇴했다.
개인적 비리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부 장관에 대한 퇴진 요구는 현 장관으로 대표되는 법과 질서에 입각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공격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참여정부 집권 초기 친노동적 정책을 기대했으나 집권 후 6개월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철도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노동계와 현정부의 밀월 관계는 종료됐다.
노동계가 정부에 대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올해 초부터 연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노동계 비리에 대한 자기방어적 성격이 크다. 올해 초 민주노총 소속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조의 채용 비리, 30억원이 넘는 전국의 항운노조 간부들의 인사 관련 금품수수, 한국노총의 근로자복지센터 건립을 둘러싼 전 한국노총위원장 등 한국노총 간부들의 뇌물수수 등으로 노동계는 현재 상당한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노동조합 내부의 비리가 연속적으로 터져나오자 일부에서는 노동운동이 권위주의 시절 탄압받던 상황에서의 초심을 잃어버리고 노동 귀족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를 약간 상회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과연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87년 민주화와 더불어 활성화된 노동운동은 그간 외환위기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 속에 근로계층을 대변하는 제도로서 자리매김을 해왔으나 노동계가 정권퇴진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지금은 확실한 우군이 별로 없는 듯하다.
노조가 정치적 속성을 가진 이익단체이므로 대화나 타협보다는 투쟁을 통해 자신들의 목적과 이득을 쟁취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으나 노동계가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불참하는 것은 노조원들을 포함한 근로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계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특히 부당해고 구제 등 근로자의 권리 구제 사건을 담당하는 노동위원회의 불참은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현재 각 노동위원회에는 1,500여건에 이르는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계류 중인데 노동계의 복귀시까지 심판이 지연될 수는 없음으로 근로자측의 변호인이라 할 수 있는 근로자위원 없이 진행되고 있다. 노사분규의 조정 사건도 근로자위원의 참여 없이 이뤄지고 있다.
노동계는 장관 퇴진 등의 요구를 중단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민주노총은 올해 초 전당대회 폭력사태 이후 노사정 대화에의 복귀를 선언하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해왔다. 현 상황에서 참여를 중단할 명문이 없다. 오히려 전 위원장 등의 비리혐의 구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노총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면 한국노총을 설득해 함께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동위원회 등 각 종 위원회에 즉시 다시 참여해 근로자 대표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임해야 한다. 노동계가 일부 조합원의 부도덕한 행태로 촉발된 현 위기상황을 정치적으로 탈피하려고 하기보다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혁신으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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