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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 다가갈수록 커지는 감동


지난해 내국인 해외출국자는 약 1,250만명으로 2009년보다 31.5% 증가했다. 주5일 근무제에 이어 내년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 여행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여행기업의 사장이 된 지금도 고객들과의 여행이 무척 즐겁다. 좋은 사람들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이야기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이 직업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진한 감동 준 '칼레의 시민' 유럽을 여행하던 지난 1987년 늦가을 프랑스 공항직원들의 파업으로 파리~런던 항공편을 이용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프랑스와 영국 간 해저를 달리는 유로스타도 없던 때라 하는 수 없이 프랑스 북서부 칼레항에서 영국의 도버로 가는 페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칼레항에 도착해보니 많은 이용객들이 차가운 바닷바람과 을씨년스런 가랑비를 맞으며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객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었다. 필자는 페리 탑승시간까지의 여유시간을 이용해 칼레 시내투어를 제안, 버스로 시내를 둘러봤다. 투어 중 고객들에게 로뎅의 작품 중 '생각하는 사람'과 '칼레의 시민'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는데 '칼레의 시민'은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칼레의 시민'이라는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347년, 영국의 공격을 근 1년 가까이 막아낸 칼레는 파리로부터 더 이상의 원병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시민 도살과 도시 파괴를 막기 위해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항복사절단을 보내 자비를 구했다. 에드워드 3세는 그간의 저항과 영국군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칼레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시민대표 6명을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항복조건을 제시했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자 칼레에서 가장 부자이자 권력ㆍ명예까지 누려온 귀족 생 피에르가 자원했다. 이어 6명이 추가 자원해 가장 늦게 자원한 1명은 빼기로 합의했다. 공포와 고통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생 피에르를 제외한 6명이 모였다. 생 피에르는 이미 목숨을 끊은 상태였다. 결국 6명의 자원자는 영국군 진영으로 갔고 처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에드워스 3세는 왕비의 간청으로 용감한 시민들을 살려줬다. 칼레시는 1895년 이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기 위해 조각상을 제작하기로 하고 로뎅에게 의뢰했는데 이 작품이 바로 '칼레의 시민'이다. 칼레 시민대표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이야기를 들으며 시내투어를 마친 고객들은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바로 가지 못한 것이 행운"이라며 필자와 회사에 감사를 표했다. 박물관에서 혹은 책자를 통해 보고 듣는 것보다 얼마나 진한 감동인가. 현장에서 들은 조각상 탄생 이야기는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이 여행이다. 우리 여행문화도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 모자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진정한 휴식과 더불어 여행을 통해 낯선 문화를 이해하고 깊은 감동도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여행은 재충전 위한 투자 그러나 아직도 사회 저변에는 여행을 사치의 범주로 보는 경향이 남아 있다. 그것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여행문화 탓이 아닐까. 낯선 문화, 개발 중인 국가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인식, 무분별한 행동 등이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행과 교류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ㆍ문화, 인류애 등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을 접할 수 있다. 역사의 흐름을 볼 때 여행은 여행사가, 혹은 어딘가를 다녀온 지인 등이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더라도 점점 더 활발해질 것이다. 여행은 이제 더 이상 줄여야 할 비용이 아니라 재충전하고 보다 높은 생산성을 창출해낼 수 있는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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