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광공사 추천 한옥마을 4곳<br>산청 '남사예담촌' 선비 기상 간직<br>구림마을 '안용당' 340년 역사 자랑
| 100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함평 모평마을의 모평헌.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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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평 모평마을 동헌 내아에 천년 동안 마르지 않는 안샘이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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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평 윤씨 종가.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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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한옥의 기와지붕 선이 버선코를 닮았다며 감탄하고 또다른 이는 오래된 한옥의 나무 기둥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끼며 누군가는 마당에서 '비움의 미학'을 만난다고 한다.
전통 한옥에는 우리가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겪으며 놓쳐버린 여유와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한옥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도시 곳곳에서 한옥 보존 운동이 펼쳐지는가 하면 지방에서는 1,000년이 넘는 한옥 마을이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온 가족이 한옥에서 보내는 하룻밤'이라는 주제로 여행을 떠나볼만한 한옥마을 4곳을 선정, 발표했다.
울긋불긋 꽃들이 봄 소식을 알리는 춘삼월을 맞아 ▦대숲 소리와 흙 돌담이 어우러지는 천년 한옥마을(전남 함평) ▦봄이면 매화향기 그윽하게 퍼지는 고가마을(경남 산청) ▦600년 조상의 숨결을 느끼다, 안동 군자마을(경북 안동) ▦거대한 기가 분출되는 월출산 자락 고택에서의 하루, 구림마을(전남 영암) 등으로 한옥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천년 한옥마을(전남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모평마을)
파평 윤씨 집성촌인 함평 모평마을은 조선 세조 때 윤 길이 터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해보천이 흐르고 임천산이 감싸안는 아늑한 마을로 야생 차밭과 왕대밭 사이를 훑고 지나는 바람소리가 청초하다. 흙 돌담을 따라가면 모평헌이 나타난다. 105년 전 현재 집주인의 고조부가 바닷물에 소나무를 7년간 담갔다 건져 15년을 건조시킨 후에 지은 집이라고 한다. 100년 전 사람들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 하다.
아직도 송진이 배어나는 130년 전통의 오윤열 가옥, 귀령재(歸潁齋) 현판이 멋들어진 파평 윤씨 종가 등 오래된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도 어여쁜 '소풍가'와 '풍경소리'는 현대식 시설을 갖춘 한옥민박집으로 온 가족이 한옥에서 하루를 보내는 데 손색이 없다. 천년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흐른 맑디 맑은 샘물을 길어다 녹차 시루떡을 만들어도 좋고 부채에 민화를 그리거나 영양재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시 한수를 읊어도 그만이다. (061) 320-3364
고가 마을(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지리산이 빚어낸 청정골이라는 경남 산청군에 가면 전통 고가 마을인 '남사예담촌'이 있다. 안동에 하회마을이 있다면 산청에는 남사마을이 있다고 할 정도로 남사예담촌의 명성이 알려져 있다. '예담'은 '옛스러운 담'이란 뜻이지만 담장 너머 숨어있는 한옥의 아름다움, 혹은 옛 선비들의 기상과 정신을 발견해 보라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봄날에는 마을 안에 자리한 700년 된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는 무아지경의 풍경이 백미다.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대원사, 내원사, 구형왕릉 등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면 산 높고 골 깊은 산청의 후덕함에 푹 젖어든다. (055) 970-6421∼3
군자마을(경북 안동시 와룡면 오천 1리)
오천리는 입향조(마을에 가장 먼저 들어온 조상)인 김효로의 종손과 외손 7명이 '오천 7군자'라 불리면서 군자리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퇴계의 제자인데 한강 정구 선생이 오천마을을 두고 '오천 한 마을에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고 한다.
7군자 가운데 대표적 인물로는 후조당(後彫堂) 김부필(1516~1577)을 꼽을 수 있다. 퇴계가 극진이 아꼈던 수제자로 군자마을 정면에 자리한 고택이 후조당 종택(중요민속자료 제227호)이다. 퇴계 선생은 수제자를 위해 손수 현판을 써 주었으며 퇴계 친필 현판은 별당 대청에 당시 모습 그대로 걸려 있다. 큰 방과 작은 방, 대청으로 구성된 후조당 종택의 별당과 사랑채는 고택 체험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054) 852-5414
구림 마을(전남 영암군 군서면)
일본 아스카 문화의 시조인 왕 인 박사와 풍수지리 대가인 도선국사를 배출한 구림마을은 거대한 기(氣) 덩어리인 월출산을 병풍 삼아 기품 있게 자리하고 있다. 구림마을 고택의 뜨끈한 구들장에서 하룻밤 지지고 나면 오묘한 산의 정기를 제대로 받을 것만 같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돼라'란 의미의 안용당은 340년 세월을 품은 한옥 민박집이다.
장독대, 산책로, 호수가 울창한 숲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일대가 거대한 삼림욕장이나 마찬가지다. 450년 동안 대동계의 집회장소인 대동계사는 단정하고 규모가 커 단체 여행객이 머물기에 적합하다. 이밖에 왕인박사 유적지와 도갑사가 가까이 있어 답사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며 짱뚱어탕, 갈낙탕 등 남도 별미는 영암 한옥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061)470-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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