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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강원도 정선

그대와 나의 사랑이 '아우러지는 곳'<br>아우라지 줄배 여행객 반겨<br>진신사리 모신 정암사… 수험생 부모 간절한 합장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국내 5대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정암사는 불교 신도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연중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은 적멸보궁 전경.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고갯길인 만항재에서 만나는 겨울은 신비롭다. 여행객이 눈이 쌓여 발목까지 쌓인 만항재 야생화 공원 산책로에서 걷고 있다.

365일 어느 때 찾아가도 그때 그때 느낌이 다른 곳이 있다면 단연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위 아래로 뻗어나간 강원도를 들 수 있다. 주봉인 태백산(1,567m)을 비롯해 금강산(1,638m), 오대산(1,563m), 설악산(1,708m), 함백산(1,573m)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산(名山)들이 곳곳에 솟아 있어 여행의 맛을 더한다. 이들 명산 처럼 여행객의 발길이 몰리지는 않지만 언제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곳도 있으니 그 곳이 바로 정선이다. 강원도 곳곳에 숨어 있는 비경 중에서도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고갯길인 만항재와 젊은 연인의 사랑을 담고 있는 ‘정선 아리랑’으로 유명한 정선을 찾아봤다. ◇하늘 아래 사랑이 흐르는 아우라지 ‘아우라지 뱃사공 배 좀 건네 주게 /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지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 사시사철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정선 아리랑’ 혹은 ‘정선 아라리’로 불리는 이 민요는 정선의 명물 아우라지(池)를 발상지로 하고 있다.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내려오는 송천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내려오는 골지천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는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다고 한다. 아우라지로 가는 정선 여행을 놓고 어느 작가는 “길은 아라리 흩어졌다, 아우라지 어우러진다. 산이 버티어 서서 앞품을 막아서고 강이 휘휘 돌아 발목을 휘감아 잡아도, 신들메 다시 고쳐 메고 사붓 사붓한 걸음으로 아라리 아라리 돌아가면 아우라지 아우라지 어우러지는 게 정선의 길”이라고 노래했다. 아우라지의 명물로 유명한 것은 줄배(강 양 쪽으로 이어진 줄을 잡아 끌면서 오고 가는 배)다. 요즘도 줄배가 아우라지 이 편에서 저 편으로 여행객들을 건네 주고 있다. ◇구절리에서 즐기는 레일바이크 아름다운 계곡을 거슬러 올라 본 사람만이 오지의 슬픔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만들어 낸 마을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오지 마을 구절리. 구절리 사람들은 이 곳을 ‘슬픔이 기쁨에게 손 내미는 땅’ 혹은 ‘절망이 희망에게 손짓하는 땅’이라고 부르곤 한다. 정선선 기차의 끝 자락에 있어 한때 ‘인생의 종착역’이라고도 불렸던 구절리에는 몇 년 전 레일바이크가 들어서면서 슬픔 보다는 기쁨이, 외로움보다는 함께 하는 즐거움이 커졌다. 철도(Rail)와 자전거(Bike)를 합친 말인 레일바이크는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달리는 네 바퀴 자전거로 유럽의 산악 관광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 역까지 7.2㎞를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앉아 페달을 밟고 있노라면 슬픔이 기쁨에게 손 내민다는 구절리 사람들의 말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정암사 정선의 또 다른 명소로는 정암사를 꼽을 수 있다. 함백산 자락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서기 634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에 이어 네 번째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의 땅이다. 마지막으로 창건한 영월의 법흥사를 포함해 5대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정암사는 불교 신도들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연중 즐겨 찾는 곳이다. 국내 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정암사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는다. 이유는 경내에 자리한 보물 제 410호 수마노 탑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았기 때문. 수마노 탑에서 탑 돌이를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 매년 가을이 되면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 수마노 탑 주위를 정성스레 돌고 돈다. 정암사 앞에 자리한 계곡에는 천연기념물 제 73호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절 주변으로는 수 백년 묵은 전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 지나는 이들도 가볍게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다. ◇하늘 아래 아름다운 산책길 만항재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 등 세 고장이 한데 만나는 곳에 만항재라는 이름의 고개가 걸려 있다. 만항재는 함백산 줄기가 태백산으로 흘러 내려 가다가 잠시 숨을 죽인 지점(해발 1,313m)으로, 지리산 정령치(해발 1,172m)나 강원도 평창과 홍천의 경계선인 운두령(해발1,089m)보다 높다. 따지고 보면 포장 도로가 놓여 사람의 손이 닿는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고갯길인 셈이다. 간혹 이 곳으로 드라이브를 나선 사람 중에서는 한밤 중에 만항재 정상에 올라 별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는 이들도 꽤 있다. 정암사 입구를 지나 만항재 고개에 오르는 중간에 만나는 만항 마을은 본래 주변 탄광의 근로자들이 살던 마을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인근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 마을 주민들이 밭 농사에 손을 대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 어느 날 만항재 위에 펼쳐진 숲은 환상적이다 못해 몽환적이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 들어가자 곳곳에 크고 작은 동물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다. 한겨울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방황한 흔적이다. 숲 건너 편 만항재 정상에 자리한 새하얀 야생화 공원 산책로도 봄이나 여름에 찾을 때와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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