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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10월 11일] 경제지표의 함정 경계해야

지난 9월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긍정적인 지표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투자자들은 경기회복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기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지난 봄까지 회복기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최근 거래량이 줄어들며 다시 경고음을 보내고 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제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주택가격은 향후 1년 동안 더 하락할 것이다. 또 이로 인한 자산가치 손실과 가계의 소득감소는 실물경제를 더 얼어붙게 할 것이다. 리먼사태 이후 FRB의 경제전망은 실제 경기흐름보다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FRB는 대규모 구제지원금으로 조성된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실물경제까지 확대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출구전략의 시점을 고심하기도 했다. FRB의 경기전망이 실제 경기흐름보다 좋게 나오는 것은 데이터만 보고 지수의 질적인 면을 간과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수에 가려져 있는 그림자, 즉 실물경제의 흐름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요즘 미국 기업들이 불경기에도 더 많은 순이익을 올리는 것은 기업성장이나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 초저금리 덕분에 자금비용 부담이 줄었고 고용 축소로 인건비를 줄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순익의 증가로 생긴 기업의 여유현금은 실물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고용증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면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회복돼 자금이 실물경제에 잘 흐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기관들은 넘쳐나는 여유자금을 중소기업과 상인들에게 대출하기 보다는 안전 자산인 미국채에 투자를 하거나 FRB에 여유자금을 운용해 이자수입을 올리고 있다. 국채가격의 상승은 실물경제에 실질적인 투자나 지출을 이끌어내지 못하므로 실물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감독당국은 각 은행마다 여신의 건전성을 적정선 이상으로 통제하다보니 정상적인 대출까지도 위축됐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실물경제에 자금이 원활하게 순화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실물경제 곳곳에는 자금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다. 여신 건전성 문제는 과거에 생긴 결과이니 이미 부실화된 여신을 가지고 뒤늦게 지나치게 감독 강화해봐야 실물경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오히려 은행감독기관이 정상대출을 장려하는 정책을 써야 할 때다. 주택경기도 표면적으로는 올 봄까지는 거래량도 증가추세였고 가격도 안정화되는 듯 했다. 지난해에 실행된 정부지원책의 하나인 세제혜택(home buyer tax credit)정책으로 주택수요를 미리 늘린 결과다. 그러나 세제혜택이 끝난 후에는 오히려 수효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HAMP (Home Affordable Mortgage Program)는 연체자들이 연체된 모기지 금액을 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조건을 수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는 대출상환을 못해 포기하는 주택의 수를 줄여 공급을 줄였다. 하지만 실물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다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내놓는 디스트레스세일(Distressed Sale)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심각한 주택대출 연체자 수는 작년에 490만명에서 올해 520만명으로 증가했다. 섀도 인벤토리(shadow inventory), 즉 지금은 재고가 아니지만 앞으로 상환불능의 잠복된 대기 물량까지 고려하면 주택 재고율이 약 15%까지 될 것이다. 최근 전체 주택매매 가운데 디스트레스세일을 통한 매매가 약 40%를 차지한다. 앞으로 매물로 나올 상환불능주택들을 고려하면 약 50%까지 늘어날 것이다. 미국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은 경제회복에 적신호다. 당초 경기부양을 위한 지원자금 규모는 천문학이었지만 대형 금융기관에 집중돼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금융위기가 한고비를 넘기자 미 정부와 정치권은 구제 지원책이 빠른 속도로 실물경제에 확대되도록 운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제한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수라는 숫자의 함정에 빠지면 정책을 실기할 수 있다. 지금 미국경제는 실물경제까지 자금이 돌도록 하는 효과적인 지원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활성화시켜 중소기업 상인, 교육 등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연준이 일정부분을 보증하거나 은행에서 매입하는 과감한 지원책과 세제를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예상되는 등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혁신적이고 실효성 있는 경기부양책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도 지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실물경제의 흐름과 안목을 가지고 중소도시 상인 등 실물경제에 좀 더 근접해 지수 뒤에 가려져 있는 그림자들을 살펴보며 정책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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