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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인간 탐욕이 '변종 바이러스' 만든다

신종 플루 전세계 '대유행' 단계 근접했다는데…

돼지는 여러 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혼합시켜 새로운 바이러스를 탄생시키는 배 양접시 노릇을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A의 발병 바이러스인 H1N1은 돼지, 인간,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외에 유라시아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무려 다섯 가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혼합돼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신종플루, 즉 신종 인플루엔자A가 확산되면서 전염병 경보가 6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6단계는 대유행을 의미한다. 인플루엔자는 흔히 독감 또는 유행성 감기로 불린다. 하지만 인플루엔자는 감기와 전혀 다른 질환이다. 원인부터 증상ㆍ치료ㆍ예방법이 모두 다르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는 감기보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적고 해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도 정해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종(異種) 바이러스 간 유전자 재조합으로 대대적인 변이가 일어나면 엄청난 사망자를 낼 수도 있다. 대대적인 변이로 생긴 바이러스는 치료가 어려운데다 예방을 위한 백신을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6월호 www.popsci.co.kr 감기와 인플루엔자는 다르다. 감기는 호흡기 점막이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일어나는 염증성 질환인 반면 인플루엔자는 르토믹소바이러스에 속하는 리보핵산(RNA) 바이러스로 생긴다. 감기는 합병증이 생기지 않으면 일주일 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게 보통이지만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가 대대적인 변이를 일으킬 경우 전세계적인 유행과 함께 엄청난 사망자를 낸다. 전례없는 5가지 이종 바이러스간 유전자 재조합
치사율 낮지만 20~50세 청장년층 사망많아 긴장
인플루엔자는 A형ㆍB형ㆍC형으로 나뉘는데 사람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이중 B형은 증상이 약하고 한 가지 종류만 존재하지만 A형은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을 나타낼 때 H1N1, H2N2, H3N2 같은 기호를 사용하는데 이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아제(N)의 유전자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기생 및 증식할 숙주세포에 들러붙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뉴라미니다아제는 기생 및 증식이 끝나 숙주세포에서 이탈하는 데 쓰이는 단백질이다. 헤마글루티닌은 16종, 뉴라미니다아제는 9종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어떤 것이 결합됐느냐에 따라 H1N1, H2N2의 기호가 붙는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A의 바이러스 유전자형은 H1N1으로 지난 1918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H5N1), 1957년 발생한 아시아 독감(H2N2), 그리고 1968년 위세를 떨친 홍콩 독감(H3N2)과는 판이하다. 이처럼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 질환이 생겼기 때문에 신종 인플루엔자A라고 부르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과 위험성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는 박테리아보다 작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를 공격함으로써 발생한다. 만일 바이러스가 하나의 세포를 숙주로 삼으면 그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를 이용해 자신의 게놈을 이루는 8가지 RNA를 복제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의 유전물질이 바이러스 내로 흡수된다. 또한 하나의 숙주세포가 두 가지 이상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에도 바이러스 간 유전물질 교환이 이루어져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A가 문제되는 것은 이종(異種) 바이러스 간 유전자 재조합으로 대대적인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대대적 변이는 통상 10~50년을 주기로 나타난다. 조사 결과 신종 인플루엔자A의 발병 바이러스인 H1N1은 돼지, 인간,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외에 유라시아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무려 5가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혼합돼 나타났다. 이 같은 신종 바이러스를 탄생시킨 매개체로는 돼지가 지목된다. 돼지는 인간 인플루엔자 및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모두에 대해 감수성이 높다. 따라서 돼지는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혼합시켜 새로운 바이러스를 탄생시키는 배양접시 노릇을 하는 것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A의 증세와 피해 신종 인플루엔자A의 전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재채기나 기침같이 공기를 통하거나 피부접촉으로 이뤄지며 인간 사이에도 전염되는 것은 확실하다. 바로 이 때문에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신체접촉이 금기시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는 착용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콧물이나 침 속의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지지 않게 막아줄 뿐 공기 중에 떠도는 바이러스를 흡입하는 것은 막기 힘들다.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가공식품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신종 인플루엔자A에 의한 사망자는 멕시코에 집중돼 있다.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과거 세계적 유행병 사례를 돌아보면 같은 전염병이라도 저개발국가 또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상태에서 폐렴 등의 추가 감염을 막지 못해 사망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돼지 밀집사육 공장형태 농장이 바이러스 진원지
"인간 이기심 만큼 '변종'도 진화" 자연의 경고인듯
또한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환자의 경우 대부분 노인이나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은 데 비해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A 환자는 25~50세의 청장년층에 사망자가 몰려 있다. 이는 과거의 전염병 대유행 특성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A는 이전의 ‘선배’ 인플루엔자에 비해 아직까지 증상이나 치사율이 약한 편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발병했을 때는 전세계적으로 5억명이 감염되고 이 가운데 10%인 5,000만명이 죽었다. 반면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A의 사망률은 미미하다. 게다가 2005년에야 희생자 부검을 통해 원인 바이러스가 밝혀진 스페인 독감과 달리 이번에는 원인 바이러스가 알려져 있는 상태다. 치료제 남용과 백신 개발 딜레마 현재로서는 신종 인플루엔자A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 자나미비르(상품명 릴렌자)가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치료제로 꼽히는데 이 두 가지 약품은 모두 바이러스에 있는 뉴라미니다아제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뉴라미니다아제는 기생 및 증식을 끝낸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서 이탈하는 것을 도와주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이것의 기능을 막으면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확산되거나 외부로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약품은 증세가 나타난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오남용할 때는 오히려 바이러스가 이들 약품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A의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답답해진다. 존재가 알려진 지 한두달밖에 되지 않은 바이러스인 만큼 이 바이러스 예방에 특화된 백신이 존재할 리 없다. 또한 신종 인플루엔자A 백신 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다가 계절마다 나타나는 일반적인 인플루엔자에 대응하는 백신을 못 만들게 되면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을 위험도 있다. 지금도 매년 지구상에서 계절 인플루엔자로 사망하는 사람은 50만명이 넘는다. 변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숙주세포에 기생해 살아가기 때문에 숙주세포가 전멸할 만큼 전염성과 증세 모두 지독한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1976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숙주세포, 즉 사람을 일주일 안에 사지로 내몰았다. 이로써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멸의 길을 걷고 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면역능력과 어느 정도 발을 맞춰 진화해나간다는 얘기다. 따라서 특정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류가 멸종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스페인 독감에서도 봤듯이 바이러스가 인류를 전멸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는 입힐 수 있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A를 발생시킨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돼지가 고도로 밀집돼 사육되는 공장 형태의 농장이라는 게 정설이다. 인간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오히려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생산기지가 된 것이다. 이번 신종 인플루엔자A 때문에 세계는 변종 바이러스의 공포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바이러스와 인간은 영원한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현실도 알게 됐다. 이는 자연의 힘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형태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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