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내 산업자본이 차별 없이 기업인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이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정부의 해외자본 유치정책과 엇갈리는 것으로 향후 외국인들의 반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위원장은 유망기업을 매각할 때 국내 산업자본이 차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는 곧 국내산업자본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의 개정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윤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 뒤 “인수합병 과정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예외규정을 둘 수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아이디어 중 하나로 논의할 가치는 있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당분간 유지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 외국계 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토종자본 육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이뤄진다. 윤 위원장은 “국내자본 중 가장 규모가 있는 곳은 연기금”이라며 “연기금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약요인’들은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연기금 운용자금의 PEF로 이동을 위해 PEF의 ‘투자대상 완화’ 등이 거론될 예정임을 시사한다. 상장기업의 상장유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상장 이후 비용증가로 상장기업 수가가 줄어드는 반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도 줄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2003년 684개이던 상장기업 수는 668개로 줄었고 증시자금 조달도 2003년 10조7,000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8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상장유지 수수료, 발행분담금 등 제반 비용과 고배당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유가증권 발행 관련 규제완화 등 상장유인을 강화하고 시장별 특성, 기업별 능력에 맞게 공시ㆍ회계 감독기준을 차별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공시ㆍ회계제도ㆍ지배구조 등 증시제도를 개편할 때는 상장기업의 비용분석을 거쳐 상장유지 비용의 증가를 억제하겠다”면서 “기업공개에 따른 공모주식 가격, 신주배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기관 인수자에 대한 대주주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검증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은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대한 검증작업을 면밀하게 실시할 것”이라면서 “세계적 은행이어서 인수과정에서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 외에도 증권ㆍ자산운용ㆍ선물ㆍ보험회사도 대주주와 지배주주 변경에 대한 승인제도가 도입되고 강화된다. 특히 최근 부실심화로 적기시정조치에 들어가는 저축은행업계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저축은행 인수시 대주주의 순자산규모 요건을 신설하는 등 자격제한을 보다 강화할 전망이다. 금감위는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변경과정에서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무구조ㆍ업력 등이 검증된 사람을 중심으로 대주주 자격을 심사할 것”이라며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자금출처 등도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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