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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늘어 이자막기도 벅차… 제2, 제3의 LIG 나올수도

[추락하는 건설산업]<br>중동사태로 해외수주까지 위기… 유동성 개선책 내놔도 무용지물<br>대형업체들도 버티기에는 한계… 건설산업기반 전체 흔들릴수도





'추락하는 건설산업에 날개가 없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믿어졌던 LIG그룹 계열사인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건설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진흥기업에 이어 LIG건설마저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가 비단 중소ㆍ중견 건설업체만의 문제가 아님이 직접 눈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의 K사, D사 등 3~4개 건설업체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주택 등 내수 부문이 꽁꽁 얼어붙은데다 중동 악재로 해외건설시장 전망마저 불투명해 앞으로 '제2, 제3의 LIG'가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취약해지고 있는 건설산업 기반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숙원사업인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지연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연장 여부마저 불투명한 가운데 감독당국의 금융업체 자본건전성 강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 등으로 총체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도 위협받는 유동성 위기=지난달 효성그룹 계열사인 진흥기업, 이달에는 LIG그룹 계열사인 LIG건설까지 줄줄이 부도위기에 내몰리자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침체 상황에서 '버티기 전략'이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중견 건설사 인수에 적극 나서던 재벌 그룹사들은 이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건설산업에서 하나씩 손을 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의 '미래가치'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년 전 부동산 호황기 때 금융권의 자금을 빌려 분양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려 했던 민간 주택개발사업들이 하필 부동산 침체기에 자금 회수 시점을 맞았다는 게 문제"이라며 "이는 주택개발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모든 건설사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미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중견ㆍ중소 건설사=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최근 1~2년간 건설사 구조조정을 수차례 단행하고 건설업계 유동성 개선 대책을 수시로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대책들을 모두 무력화시키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수도권에서 준공 후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견 건설사들의 도산위기는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는 4~5월 위기설이 퍼져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은 8만4,923가구로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준공 후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4만3,207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건설사들의 텃밭인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월 말 현재 9,640가구로 2008년 1,339가구, 2009년 2,881가구, 2010년 8,721가구 등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견 건설사인 B사 재무파트 관계자는 "수도권 2기 신도시나 외곽 지역에서 입주를 앞둔 건설사 가운데 유동성 위기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미분양으로 잔금 회수가 늦어지면 당장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는 사태를 어느 회사나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인 W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이 땅을 매입하면서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에 대한 금융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산유동화증권 등 또 다른 금융상품을 활용하다 보니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손익 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 경착륙 위기에 주무부처도 긴장=이번 LIG 사태는 부동산시장 장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적체, 이로 인한 자금난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을 벌인 LIG건설은 결국 금융권에서 빌린 8,900억원 규모의 PF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건설업체 대부분이 안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건전성 강화 및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앞으로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문기 국토해양부 건설경제과장은 "LIG 사태는 너무 갑작스러워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감독당국이 금융업체 자본건전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업체가) 더 나올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이에 대해 "주택업계 전체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며 "중견업체가 쓰러지는 것은 예견된 상황이고 대기업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건설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는 줄잡아 25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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