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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4월 25일] 백화점 쇠고기, 할인점 쇠고기

지난 2006년 말 일본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유엔제재 결의에 입각해 사치품에 대한 대북금수(禁輸)조치를 의결한다. 관련 품목은 모두 24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보석ㆍ오토바이ㆍ요트ㆍ미술품ㆍ자동차ㆍ손목시계ㆍ영상기기ㆍ만년필ㆍ주류ㆍ담배는 물론이고 참치와 캐비아ㆍ쇠고기도 들어 있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도 막았다. 식품류에 포함된 참치와 캐비아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가격이 비싼 데다 북한에서 구하기 힘든 만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쇠고기를 사치품으로 분류한 것은 의외다. 그 쇠고기가 바로 한우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화우(和牛ㆍ와규)다. 이 일본 토종소는 엄격한 품질관리와 육질개량으로 세계 각국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치품으로 분류돼 금수품목에 포함된 게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고베 지역에서 생산되는 흑우(黑牛)는 최고급 품질을 자랑한다. 가격이 비싸 일본에서도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날 먹는 고급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산 쇠고기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그 대응책으로 화우와 같은 한우의 명품화 논의가 활발하다. 따지고 보면 해묵은 논의지만 그 방법이 수입개방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축산업 발전대책도 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래야만 한우를 지키면서 중장기적으로 화우처럼 해외수출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한우는 이미 명품상품으로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관계없이 지금도 고가에 판매되고 있고 진짜 횡성 한우는 물량확보 자체도 어려울 정도다. 명품은 가격이 비싸도 소비하는 계층이 있기 마련이고 불황에도 강한 특성을 보인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백화점 명품들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명품으로 팔리는 백화점이 아니라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고급 음식점이 아닌 중저가로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해야 하는 일반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한우의 3분의1 수준이고 맛도 좋은 만큼 중저가 시장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축산농가의 주장은 다르다. 고급화와 명품화로만 내몰 게 아니라 중저가 시장에서도 한우를 지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안은 유통구조 개선으로 이것이 이뤄지면 경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한우 유통구조는 크게 6단계로 나뉜다. 축산농가에서 키운 한우가 우시장ㆍ경매시장ㆍ도축장ㆍ도매상ㆍ정육점을 거쳐 소비자나 음식점에 공급된다. 유통단계마다 많게는 40%가 넘는 유통마진이 붙으면서 전체 유통마진이 원가의 400%에 달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는 싸게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 먹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복잡한 구조에서 2~3단계를 줄이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설령 가격이 미국산보다 다소 비싸도 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조금만 가격을 더 부담해 한우를 먹을 수 있다면 이를 선택할 소비자들은 널려 있다. 이미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해 성업 중인 한우 전문점들이 적지않은 게 이를 증명한다. 일반 할인점 상품들이 직거래를 통해 저가를 무기로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는 것과 같은 구조다. 이제라도 한우 명품화와 함께 직거래 매장 확대 등 유통단계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정부대책에는 이 같은 부분이 부족했다. 많은 축산농가들은 이것만 되면 한우도 백화점뿐 아니라 할인점에서도 경쟁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명품화 목소리에 힘을 잃고 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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