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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기업 총수, 당당해져야 한다


돌아가신 최종현 전 SK 회장은 용감한 분이었다. 새로운 사업에 베팅하는 용기도 대단했지만 정치권이나 여론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그랬다. 용감했다기보다는 거침없었다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세상이 무어라 비판하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려움 없이 외쳤다. 그 일로 인해 SK에 피해가 와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통령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으로부터 보복성 조사를 받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그 덕에 대기업들도 어느 정도는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 수 있었다. '제2의 최종현 회장' 나와야 이 말을 들으면 뜨악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아니, 대기업들이 할 말을 못한다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사실이다. 소설가 복거일 선생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악한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욕을 먹는다. 투자를 안 하면 돈을 쌓아놓고 있다고 욕하고 투자를 하면 계열사가 늘었다고 욕한다. 고용을 적게 하면 사회적 책임을 안 한다고 비난하고 고용을 하면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간다, 인재를 독점한다고 비난한다. 원가가 높아지면 경쟁력도 없다고 비웃고 원가를 낮추면 중소기업을 쥐어짰다고 비난한다. KT나 포스코 같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그런 비난이 작은 것을 보면 아마도 오너가 사라져야 대기업을 악한으로 보는 정서도 사라질 것 같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것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나서서 말하는 대기업 총수가 없다. 그 뒤에 따를 후폭풍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나. 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ㆍ검찰이 달려들어 털기 시작하면 분명 많은 먼지가 나올 터이다. 그런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말 안하고 뒤로 숨으니까, 대신 말을 해달라고 만들어놓은 경제단체도 힘을 못 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미 대기업이 하고 싶은 말을 안 한지 오래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는 한다. 당사자가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어야 대리인인 경제단체도 나설 수가 있다. 당사자의 용기가 가장 먼저다. 세상과의 접촉이 줄어들다 보니 대기업 총수들의 이미지는 최악이 돼 버렸다. 그들이 TV에 비쳐지는 것은 범죄 피의자 모습일 때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가업을 잇는 것도 대단한 범죄행위처럼 돼 버렸다.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TV 속에 비친 그나마 제일 괜찮은 모습이다. 무슨 대단한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돼 버렸나.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수많은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배웠을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다를 것이 없다. 대기업에 대한 정서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가는 본업인 비즈니스도 어려워질 것이다. 여론과 정치에 가로막혀 기업활동이 한계를 맞게 될 것이다. 더 베풀고 할 말은 떳떳이 하길 이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사회에 당당하게 나서자. 할 말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하라. 세상은 모두 투명해지는데 대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여전히 귓속말을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거듭나라. 사회와 정치를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안철수 사태에서 배우라. 기존 정치권이 안철수 하나로 무력화되었듯이 대기업들의 경영환경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았으면 헌법소원도 내야 한다. 그러자면 생활 자체가 변해야 한다. 더 많이 베풀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생활이다. 누구에게 내놓아도 당당할 수 있는 생활을 해야 권리도 당당하게 행사할 수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당당하게 말하고 존경도 받는 세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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