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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 딜레마'

채권입찰제 적용따라 분당 집값의 90%로 공급<br>분양가 올라갈수록 채권구입 손실액은 낮아져<br>당첨자들 실제 부담금액 변동없어 오히려 이익


‘소비자를 위해 판교 분양가 더 올려주세요.’ 오는 8월 분양되는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가 ‘분양가 딜레마’에 빠졌다. 일반 아파트 분양과 달리 분양가가 오를수록 당첨자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모순적 구조로 분양되기 때문이다. 27일 건설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용지 감정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분양가는 평당 평균 1,300만~1,400만원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당초 추정보다 평당 100만~200만원 비싼 것으로 45평형 기준 분양대금이 6억원대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양가는 판교 중대형 입성을 희망하는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가 당첨자의 과도한 시세차익을 막기 위해 채권입찰제를 적용, 당첨자의 실제 부담액은 분양가와 관계없이 인근(분당) 아파트의 시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판교 중대형의 경우 분양가와 채권구입 손실액을 합한 실질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시세의 90%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분당 45평형의 시세가 10억원이고 판교 45평형 분양가가 6억원이라면 당첨자는 10억원의 90%인 9억원과 분양가의 차이, 즉 3억원어치를 채권 손실액으로 부담해야 한다. 만일 분양가가 7억원으로 더 올라간다면 채권 손실액은 2억원으로 줄어든다. 분양가가 비싸져도 그만큼 채권 손실액 부담이 줄어들어 실질 부담액은 변동이 없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채권 손실액이 많은 것보다는 분양가가 비싼 쪽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아파트 구입에 드는 돈이 9억원으로 똑같다면 아파트의 실질가치와 품질이 반영된 분양가를 더 많이 내는 쪽이 향후 시세차익을 얻는 데 한층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분양가로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것은 당첨자뿐만이 아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분양가가 높아질수록 고품질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영개발 대상인 판교 중대형의 경우 건설업체들은 대한주택공사가 발주하는 턴키공사를 수주, 시공은 물론 설계까지 맡는다. 또 판교 신도시에는 원가연동제(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마진은 분양가와 관계없이 이미 정해져 있다. 건설업체들은 벌써부터 원가연동제 때문에 중대형 고급주택에 걸맞는 품질을 갖추기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의 자존심을 내걸고 판교 입찰에 뛰어든 터에 시공비 제한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결과적으로 ‘시세의 90%’라는 기준을 내세운 채권입찰제와 원가연동제를 병행하는 것은 적어도 판교의 경우 아무 의미가 없는 이중규제라는 지적이다. 원가연동제를 통해 건축비 등을 억눌러도 채권입찰제 때문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전혀 없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소비자의 채권 손실액이 커질수록 국가만 이득을 보고 건설사와 소비자는 분양가가 높아져야 이익이 되는 이상한 구조”라며 “강남 대체라는 판교 중대형의 취지를 살리려면 건축비 규제를 완화해 고급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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