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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무줄 무역수지

15일 지난달 무역수지 확정치가 발표됐다. 4억8,000만달러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지난 1일 발표된 잠정치 8억2,000만달러보다 41%나 줄었다. 매달 발표되는 무역수지지만 이번 수치가 지닌 무게는 여느 때와는 다르다. 유럽의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충격을 경상수지로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경부가 매달 1일 내놓는 무역통계 잠정치와 관세청이 15일께 발표하는 확정치의 차이가 최근 신뢰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다는 데 있다. 7월 무역수지를 보더라도 지경부 발표치는 72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보름 후 발표된 확정치는 48억9,000만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그 편차가 무려 23억1,000만달러(-32%)에 달했다. 6월 무역수지도 최종치는 잠정치의 절반 수준이었다. 물론 이전까지도 월별 무역통계는 기업들의 수출입 통관 신고 과정에서 오류 등으로 잠정치와 확정치의 편차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10%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석 달 동안 발표된 무역통계를 보면 지경부의 잠정치를 과연 믿어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지경부의 잠정치는 주요국의 월간 무역통계 중에 가장 빠른 매달 1일에 나오면서 이머징마켓을 비롯해 전세계 실물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차라리 통계치를 1일 잠정치를 건너뛰고 15일 확정치만 발표하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무역통계에 심각한 오류가 나오고 있지만 지경부는 "매월 편차는 존재하는 것 아니냐"며 대소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관세청도 "최근 잠정치와 확정치 간 차이가 많이 나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무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실시간 통계치 공개에도 소극적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월 중 크게 줄었다가 월 말에 가서야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소동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가 무역 1조달러를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무역대국으로 자리매김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덩치에만 매몰돼 무역통계의 정확성을 소홀히 한다면서 무역대국을 넘어 무역강국으로 가는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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