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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대부의 계모임이었던 계회(契會)에는 친족을 중심으로 한 족계(親契), 향맥으로 이루어진 학계(學契, 관료들의 모임이었던 요계(僚契) 등 크 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친목 도모를 위한 계회이지만 사대부들인 만큼 공부를 위한 회칙을 정해놓고 운영했다는 흔적들이 기록을 통해 밝혀지고 있어요.”
4일 서울시교육청 서대문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2기 ‘미술로 이해하는 조선의 문화’의 첫 강의에서 윤민용(사진) 박사는 다소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조선시대의 계회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강의실을 빼곡이 채운 40여명의 중장년층 시민들은 조선시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오늘날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친숙함을 느끼면서 조선시대 미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철학, 미술, 문학 등 다채로운 주제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한 달에 한번 모일 때마다 지난달에 공부했던 것을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되는 데 30세이하는 암송을 하고 30세 이상은 책을 보고 읽는다는 대목이 있기도 해요. 또 술을 한되 갖고 오고 두부는 세모 그리고 닭은 한 마리 벌주로 술 한동이를 가지고 온다는 내용도 계회 회칙에 적혀있답니다.”
조선중기의 문신이자 철학자인 한강 정구(鄭逑, 1543~1620) 선생의 문집에 남아있는 학계의 회칙을 소개하자 수강생들은 우리의 선조들에 대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궁중에서 쓰인 다양한 장식화를 소개하고 조선말기의 장식그림의 유행현상을 살피면서 조선시대 상류층의 미술이 퍼져나간 현상에 대해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소개해 나갔다.
윤 박사는 “조선시대 하면 정선이나 김홍도의 그림을 떠올리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조선시대 계층별로 다양한 예술 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강의를 소개했다.
이번 강좌는 10월2일까지 서대문도서관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강의가 이어진다. 강의 중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를 수강생들과 함께 관람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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